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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지난해 채소가격안정제 예산, 절반 넘게 ‘유통업체’로 흘러갔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2-07 조회 611
첨부파일 66259_44325_911.jpg
* 농산물 수급조절 목적으로 농민과 농협 등을 위해 사용했어야 할 채소가격안정제 예산 중 절반 이상이 유통업체에 쓰인 것으로 확인돼 농업계 중심으로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채소가격안정제 대상품목 중 하나인 배추가 자라고 있는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모습. 한승호 기자




          전체 예산 약 550억원 중 350억원, 납품단가·할인 지원으로

          산지 향해야 할 정부 예산, 결국 유통업체 주머니로 흘러가

          심지어 올해 예산은 62.5%나 삭감, 200억원 수준에 그쳐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5. 2. 7



 지난해 농산물생산유통조절지원(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의 절반 이상이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흘러간 것으로 확인됐다. 수급조절 목적으로 농민과 산지유통인, 농협 등을 향했어야 할 예산이 납품단가 지원과 할인 지원 등에 쓰였기 때문이다.

수급조절 기능 강화를 위해 지난 2016년 시범사업을 거쳐 도입·시행된 채소가격안정제는 정부 수급정책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해 왔다. 채소가격안정제는 공급과잉 시 출하정지 및 산지폐기, 가격 차 보전 등을, 공급부족 시에는 도매시장 집중 출하 장려금 지급 등을 이행하는 사업이다. 사실상 농산물 수급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며, 농민과 산지유통인, 농협 등 산지를 대상으로 한다. 한정된 대상품목과 기준단가(시장가격) 등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지만, 채소가격안정제는 기후변화와 수입 등으로 고질적 수급 불안을 겪고 있는 마늘·양파·대파·배추 등의 생산자단체와 함께 그간 사업 규모 등을 지속 확대해 왔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또한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채소가격안정제 확대 추진 및 개편 의지를 밝혀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일상화된 이상기후와 자연재해의 여파로 공급부족이 문제가 되는 상황임에도 채소가격안정 사업의 집행률은 저조한 편이다. 물론 채소가격안정제의 가격 차 보전이 산지 가격과 차이가 있는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도 사업 집행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현장 농민들은 말한다. 이에 오늘날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산지폐기 및 가격 차 보전보다 공급부족으로 인한 장려금 지급 등에 한정적으로 쓰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사업 집행률은 10%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매년 예산 대부분이 불용되고 있으며, 지난해엔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의 약 63.5%가 소비자물가 부담 완화를 위한 ‘납품단가 지원’ 및 ‘할인 지원’에 쓰인 것이 최근 확인됐다.

납품단가 지원의 경우 긴급가격안정사업의 일환이며, 생산·출하자로부터 납품받는 농축수산물 단가의 일부를 유통업체에 지원함으로써 소비자 판매가격을 낮추는 목적을 갖고 있다. 할인 지원 역시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소비자가 농축산물을 구매할 경우 구매가격의 20~30%를 한도금액 내에서 할인하는 사업이다. 앞선 두 사업은 모두 대형마트 및 중소형 마트, 전통시장 등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지원대상으로 하며, 이는 산지 생산·유통인을 대상으로 하는 채소가격안정제와 그 방향이 전적으로 다르다.

이에 채소가격안정제 대상품목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채소가격안정제는 오로지 농산물 ‘수급’을 위해, 산지 공급자에 포커스를 맞춘 사업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농산물 수급에 물가, 정확히 말하자면 소비지 가격을 포함시켜 산지 대상의 사업 예산을 소비지에 쏟고 있다”라며 “그간의 수급정책이 과잉생산을 걱정했다면 이상기후와 기후변화가 일상화된 오늘날엔 과소생산에 대비한 수급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오직 수입만을 과소생산 대책으로 앞세우고 있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해당 관계자는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과소생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채소가격안정제 등 수급 예산을 생육 관리 쪽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가 모든 정책의 기조를 산지가 아닌 소비지에 맞추고 있는 까닭에 수급정책 예산마저 소비지 가격 인하를 위한 수입과 할인 지원 등에 쓰이는 것이다”라며 “농식품부는 소비자물가보다 생산과 산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입보장보험이 올해 본사업으로 시행됨에 따라 사업 중복성 등을 이유로 채소가격안정제의 가격 차 보전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최근 현장에선 불확실한 수입보장보험의 시행에 대한 우려와 부족하게나마 운영돼 왔던 채소가격안정제의 향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은 올해 207억1600만원으로 지난해 551억9000만원 대비 62.5%나 감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업 집행률과 실적 등을 이유로 예산 규모를 ‘현실화’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의견은 이와 상반된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식품부가 최근 농민의 삶뿐만 아니라 서민의 삶을 명분으로 앞세워 농민에게 쓰여야 할 농업 예산을 소비지, 업체 등에 쏟고 있다. 무기질비료를 예로 들어 원자재 값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했는데, 업체에는 예산 지원을 하면서도 농민에겐 지원을 안 하는 식이다”라며 “서민의 삶, 장바구니 물가 등 명분 좋게 포장을 해놓고 진짜 서민의 삶과 장바구니 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사업 진행 방식이나 예산 삭감 등만 봐도 현재로선 농식품부가 과연 농민을 위한 정부 부처가 맞나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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