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시장 등 공영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이 불법·편법적인 장외거래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 중도매인의 불법·편법 장외거래 규모가 연간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사회적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도매인들의 불법·편법적인 장외거래는 유통업계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규모화된 중도매인 등이 시장 밖에 주식회사나 영농법인을 설립한 뒤, 이곳을 통해 불법·편법적으로 산지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가락시장 한 중도매법인의 경우 시장내 매출은 27억원에 불과한 반면, 이 법인과 관련이 있는 과일 유통전문 회사의 직거래 규모는 247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구리도매시장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전해지는 등 불법·편법 장외거래가 공영도매시장 일부 중도매인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중도매인들의 장외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중도매인들이 도매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농산물을 취급할 경우 공영도매시장의 기반이 되는 상장 경매제가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부 중도매인들은 가족이나 지인 등의 명의로 시장 외부에 회사를 세우는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 감시망을 벗어나 불법·편법 장외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중도매인들 입장에선 경매와 달리 치열한 경쟁 없이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다 거래물량 축소 등을 통한 탈세가 용이하다고 판단, 불법·편법 장외거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나 도매시장 개설자(지자체)들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경우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불법·탈법 장외거래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는 사이 국내 농산물 가격도 적잖은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 농산물 거래가격의 기준을 제시하는 가락시장 등의 규모화된 일부 중도매인들이 장외거래에 더 관심을 두다보니 기준이 되는 경락가격이 낮아져 결국엔 전체 농산물 가격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농산물 유통전문가들은 “중도매인들의 불법·편법 장외거래는 공영도매시장의 농산물 경매가격을 떨어뜨리고, 이는 농가들의 피해로 연결된다”며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농산물 유통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