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째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경남 사천의 최정욱씨가 농사에 필요한 상토를 살펴보고 있다. 2300㎡(700평) 규모 고설재배 하우스 농사에 연간 500만원가량의 상토 비용이 발생한다.
내년부터 비료 등에 10% 부과
이상기후 등 여건 갈수록 악화
고환율·고물가 부담도 떠안아
“정부 조세감면 정책 유지해야”
농민신문 사천=박하늘 기자 2025. 2. 5
“고물가에다 고환율에 농가 허리가 휘고 있는데, 내년부턴 농기자재 부가세까지 물린다고요?”
경남 사천시 사남면에서 2300㎡(700평) 규모로 딸기농사를 짓는 최정욱씨(44). 최근 1화방 딸기 수확을 마친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상기후 등 영향으로 일조량이 줄면서 수확량이 예년 대비 1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씨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매년 하우스 비닐이나, 딸기 재배에 필요한 비료·상토를 구매하는 데 1000만원 이상 비용이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부가가치세(100만원·10%)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이마저도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아야 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벌써부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업용 기계, 비료, 농약, 사료나 친환경농자재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0%로 적용하는 ‘농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혜택이 올해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농촌 현장에선 여러 영농비용 부담이 커 해당 제도의 존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제도는 1989년 ‘농·어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에 관한 특례규정’이 제정·시행되면서 이어져온 것으로,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민의 영농비용 부담을 완화하고자 도입됐다.
2022년 12월 농업 분야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3년 1월부터 올 12월까지만 농기자재 부가세 영세율 적용 등 특례 12건이 연장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해당 특례가 사라져 농자재 등에 대해서도 10% 부가세가 부과된다.
최씨는 “기후변화로 안정적인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매년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적어도 그동안 유지돼온 혜택은 계속 이어져야 농가들이 그나마 마음을 놓고 농사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뿐 아니다. 지역과 품목을 불문하고 조세 감면 일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남종우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충북 진천군연합회 사무국장은 “오이농사를 6600㎡(2000평) 규모로 짓는데 지난 몇년간 비료·농약 등 자재값이 해마다 꾸준히 올라 1년에 7000만∼8000만원이 들고, 3000만원 가까이 하는 50마력 트랙터도 곧 교체주기가 도래해 많은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며 “부가가치세 10%까지 추가 부담하면 농가경영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벼·밀·배추·마늘 등을 13만2000㎡(4만평) 규모로 재배하는 이무진 전남 해남군농민회장은 “연간 농자재 비용으로만 3000만원가량이 들어간다”며 “농가경영비 상승,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부진 등 농업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부가가치세 10%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 있는 3650㎡(1100평) 규모의 스마트팜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강정구씨(43)도 “양액비료는 거의 다 수입으로 들어오는데 환율 상승으로 연평균 450만원 수준이던 비료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여기에 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순수익은 더 줄어들기에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농업계는 조세 감면 혜택의 일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동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의장은 “농민은 극한호우와 폭염 등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 먹거리를 지켜내는 버팀목인 만큼 농자재 부가세 영세율 등 농업계 조세 감면 정책은 당연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효원 경기동부원예농협 이천유통센터 햇사레공선출하회 회장은 “농업용 기자재 부가세 영세율 적용이 폐지돼서는 안된다”면서 “오히려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농가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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