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녕에서 3700㎡(1200평) 규모로 마늘을 재배하는 성낙희씨(83)가 밭에 두른 비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고령인 성씨는 마땅한 은퇴 대비책이 없어 계속 농사를 짓는 중이다.
도, 내년 전국최초로 도입 예정
퇴직 후 소득 공백기 대비 취지
고령화된 농촌서 실효성 의문
“노후 맞춤형 지원 정책 마련을”
농민신문 창녕·밀양=이선호 기자 2025. 2. 4
“도에서 노후 대비 연금을 도입한다고 하니 반갑긴 한데, 노후 대비에 가장 취약한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경남도(도지사 박완수)가 지역민의 노후 대비를 돕기 위해 ‘경남도민연금’(이하 도민연금)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 농업계에서는 취약계층인 영세·고령농의 노후를 담보하는 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도는 지난달 20일 도민이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지방비로 정액을 지원해 최대 120개월 뒤 연금 혹은 일시금으로 돌려주는 도민연금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도민이 월 복리 2% 정기예금형으로 한달에 9만원씩 10년간 낸다고 가정할 때, 매월 1만원을 지원해주면 세액공제 혜택을 포함한 약 7.2% 이자율의 정기적금 가입 효과를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도는 올해 연말까지 조례 제정, 예산 편성 등 모든 절차를 마치고 내년 1월부터 제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지역농민들은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농민들에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도의 계획에 따르면 내년 제도가 도입되고 최소 5년 이후에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이미 고령화된 농민들에게는 효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기준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이 52.6%를 차지한다.
경남 창녕에서 벼·마늘·고추 등을 생산하는 성낙희씨(83)는 “새 연금이 생긴다면 도움이야 되겠지만 최소 5년간은 납입해야 한다”며 “아흔을 앞두고서야 수령할 수 있어 가입 여부는 좀더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밝혔다.
사업규모가 제도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경남 밀양에서 청양고추 등을 재배하는 권오익씨(45)는 “도의 설명대로 10년간 1080만원을 넣으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1500여만원 수준”이라며 “수익률로만 보면 나쁘진 않지만 해당 금액만으로 소득을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최대 지원액이 얼마일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세·고령농의 안정적인 은퇴를 담보할 만한 다양한 농정 지원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농사로 얻는 수익이 없으면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은퇴하지 못하는 고령농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금 지원을 넘어 은퇴농의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는 맞춤형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문대현 창녕농협 상무는 “어르신들은 농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로 의료비와 세금 부담을 가장 자주 꼽는다”며 “은퇴 후 농업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뒤 급작스럽게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담을 줄여줄 연착륙방안을 강구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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