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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본 도쿄 오타도매시장의 농산물 경매 모습.
② 일본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도쿄의 오타도매시장은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장 내부에 기둥을 세우고 2층을 만들어 사용 공간을 확보했다. 더불어 1층 공간은 비닐막을 씌우고 공조 장치를 가동해 정온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③ 도쿄 토요스도매시장은 시장 전체가 밀폐형 정온 시설로 1층 거래공간은 기둥에 달린 공조 장치로 연중 20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④ 토요스시장 내부에서는 수직반송기를 통해 1층에서 거래된 물품이 3층의 저온창고, 가공장으로 운송된다.
⑤ 토요스도매시장의 입체창고는 상품 정보만 입력하면 상품이 자동으로 반입·반출되며 창고 내부는 7도 정도로 유지되고 600톤가량의 농산물을 보관할 수 있다.
일본, 규제완화하고 공공성보다 ‘효율성’에 중점…산지조직화 당연
정가·수의매매 전담인력 배치와 시장 내외부 공간확보 ‘눈길’
농수축산신문 이두현 기자 2025. 2. 4
우리나라 농산물도매시장은 일본의 상장거래제도가 기본이 되는 농산물도매시장을 본떠 만들어졌다. 또한 국내 농산물 도매유통의 근간인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역시 일본 도매시장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은 과거 90%가 넘던 경매제를 이제는 정가·수의매매가 대신하지만 국내 농산물도매시장은 여전히 경매제가 대부분이라는 차이점은 있다. 그럼에도 소비지 시장의 다변화와 온라인 거래의 성장 등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면서 경유율이 점차 감소하는 등 농산물 유통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공통점을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국내 농산물 도매유통은 일본과 기본 요소가 비슷하기에 현황을 비교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이에 지난해 12월 12~15일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최근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농산물도매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봤다.
# 일본 농정당국, 규제 완화로 위기 돌파 나서
일본은 20여 년 전부터 농산물도매시장의 경유율이 감소하며 농산물 도매유통 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정책적으로 농산물도매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며 도매시장 내 유통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고 있다.
일본 내 청과물의 도매시장 경유율은 2003년 93.2%에서 꾸준히 감소해 2021년 76.4%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 농산물도매시장이 문을 닫고 도매시장법인 역시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1985년 일본 전국에 91개였던 중앙도매시장은 2021년 기준 65개로 감소했으며 도매시장법인 역시 262개에서 156개로 줄었다.
이처럼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일본 정부는 2018년 개정된 도매시장법을 공표했다. 개정된 도매시장법은 조문이 기존 83개에서 19개로 크게 줄며 농산물도매시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농산물도매시장의 기본방침 수립과 인정 등으로 내용을 국한하며 농산물도매시장의 운영 방식을 공공성보다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
개정 도매시장법은 기존의 차별적 취급 금지, 수탁거부 금지 등은 유지하면서도 도매시장법인이 중도매인 외에 판매하는 제3자 판매, 중도매인이 직접 산지의 농산물을 수집하는 직접집하, 거래와 물류가 함께 이뤄지는 상물일치 등의 기존 원칙에 대해서는 각 농산물도매시장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법률 개정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농산물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은 기존보다 자유롭게 영업 활동을 전개했으며 적극적으로 도매시장법인 간 인수·합병이 이뤄져 2016년부터 감소세를 보이던 도매시장법인당 취급액이 2019년을 기점으로 상승하고 있다.
에비슈 야스타카 일본 농림수산성 도매시장실장은 “나가노도매시장의 나가노연합청과와 쵸우지스시청과가 최근 R&C나가노청과로 합병하며 단숨에 지방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 중 실적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며 “일본 정부 역시 도매시장법인이 이처럼 인수·합병하고 사업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물류 거점을 마련하고 유통·물류 비용의 절감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방도매시장 여건 살펴봐야
국내 농산물도매시장 역시 대형유통업체들의 산지 진출과 더불어 최근 온라인 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 결과 농산물 유통에 있어 농산물도매시장의 점유율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3년도 농수산물도매시장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도매시장의 청과부류 취급 물량은 2017년 701만2920톤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2023년에는 625만9574톤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실적은 상위권 농산물도매시장에 집중돼 지방도매시장의 여건은 더욱 좋지 못한 상황이다.
거래금액을 살펴보면 2023년 국내 농산물도매시장 청과부류의 총 거래금액은 14조8145억 원인데 상위 5개 농산물도매시장의 거래금액이 9조1413억 원으로 61.7%를 차지한다. 2017년 대비 2023년 거래금액 성장률 역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28.4%,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 34.4%,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 32.2%, 광주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이 36.9%인데 비해 전체 32개 농산물도매시장 중 절반인 16개가 20% 미만이었으며 2개 농산물도매시장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처럼 다수의 농산물도매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최근 몇 년간 농산물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의 원인으로 농산물도매시장이 지적되며 여론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 역시 농산물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을 농산물 유통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최근 국회에선 △위탁수수료 인하 △도매법인 평가 결과에 따른 부진한 도매시장법인 퇴출 △개설자가 도매법인을 공모해 지정·재지정하며 지정조건을 제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안법 개정안 5개가 발의됐다.
이러한 최근 국내 정치권의 농안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후지시마 히로지 세이에이대 교수는 “일부 상위권 업체를 제외하고 농산물 도매유통은 타 산업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매력적인 수익을 내는 산업이 아닌 만큼 과연 새로 진입하려는 업체가 많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농산물 도매유통은 장기간 산지와 쌓아온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하는 데 처음 농산물도매시장에 진입한 신규 도매시장법인이 기존의 도매시장법인만큼 역할을 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 농업인단체들 역시 의견서를 통해 “도매시장법인의 역할 제고라는 큰 틀의 목적과 일부 개정 내용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과도한 수수료율 조정과 도매시장법인의 지정 퇴출 등은 실제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을 나타냈다.
한편 일본 정부가 농산물도매시장에 대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일본의 산지 조직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덕분이다. 일본에서는 산지보다 오히려 농산물도매시장의 교섭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으며, 실제 산지의 가격 요구 압력이 도매시장법인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는 이와 반대로 산지 조직화의 갈 길이 멀고 출하 농업인의 교섭력이 약한 만큼 도매시장법인이 우선 산지에 도움을 주며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역시 산지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을 때 도매시장법인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가능할 것이다.
특히 도매시장법인의 산지에 대한 지원은 인력구조로도 파악할 수 있다. 토요스도매시장의 도쿄시티청과는 2023년 취급액이 836억 엔이며 직원 수가 200여 명에 달하는 데 비해 비슷한 수준의 거래금액을 기록하는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들은 직원 수가 60~90여 명에 불과하다.
농산물생산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일전에 도쿄시티청과를 방문하니 수십 명의 직원이 전화기를 붙잡고 산지와 중도매인과 쉼 없이 통화하며 거래 물량과 조건을 조정하고 있었다”며 “국내의 도매시장법인도 정가·수의매매를 늘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전담 인력을 적극적으로 확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 일본 주요 농산물도매시장의 화두는 공간 확보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농산물도매시장인 오타도매시장과 토요스도매시장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공간 부족이다. 두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들과 유통인들은 시장 내외부에 공간 확보와 더불어 반입된 농산물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시설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타시장은 일본 최대의 농산물도매시장이며 도쿄 내 9개 농산물도매시장의 취급 물량 중 5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오타시장은 현재도 반입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공간 확보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다.
이미 오타시장 외부 창고 임대에만 연간 4억 엔(한화 약 38억 원) 정도를 사용하고 있으며, 내부 경매장에 기둥을 세워 복층화하는 공사에도 20억 엔(한화 약 188억 원)가량을 소요했다. 복층인 공간의 2층에는 수직반송기를 통해 물건을 올리고 있으며, 1층 부분은 비닐 장막을 둘러싸고 정온 시설을 가동해 내부 온도를 조정, 반입된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2019년 60억 엔(한화 약 564억 원)을 투입해 오타시장 부지 내에 3층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했으며, 지금은 시장 맞은편의 호텔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2018년 개장한 토요스시장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완전밀폐형 농산물도매시장이다. 농산물을 실은 화물차가 도착해 입구 구역에 상품을 하차하면 지게차들이 상품을 시장 내에 반입한다. 반입된 상품은 중도매인 점포로 이송되거나 저온 보관, 가공·재포장이 필요한 경우 수직반송기를 통해 3층으로 옮겨진다.
특히 토요스시장의 거래구역은 전체가 정온 시설이 갖춰져 자동으로 연중 20도를 유지하며 농산물의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한다. 더불어 시장 내에 있는 저온입체창고는 7도 내외의 온도가 유지되며 600톤가량의 농산물을 보관할 수 있다. 상품을 입구에 옮기기만 하면 자동으로 정해진 위치로 올라가며 반출 시에도 상품 정보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출구로 나오게 된다.
모리 타츠야 도쿄시티청과 대표이사는 “현재 토요스시장의 일일 반입량은 800톤가량으로 예상 일일 최대 수용량 1300톤에 미치지 못하지만 외부 저장공간이 부족한 중도매인들이 구매한 상품을 시장 내에 보관하면서 공간 부족이 심한 상황”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토요스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눈비를 막을 수 있는 지붕이 달린 상품 보관장소”라고 밝혔다.
토요스시장은 개장을 앞두고 2년여간 유통·물류 시뮬레이션을 돌렸음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의 공간 부족 문제는 시설현대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락시장을 비롯해 현대화사업, 시장 이전 등을 추진 중인 국내 여러 농산물도매시장에도 공간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특히 가락시장의 경우 최근 채소2동이 개장했지만 유통인들은 공간도 부족하고 시설도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많다. 실제 찾아본 가락시장 채소2동은 개장한지 얼마 안 됐음에도 공간이 부족해 입구·출구 주변에 상품들이 적재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출입문도 닫혀있지 않아 정온시설이라는 점이 무색한 상황이다.
가락시장의 한 유통인은 “토요스시장의 입체창고와 같은 효율성을 극대화한 시설은 고사하고 상품을 층별로 옮기는 수직반송기도 없다는 게 아쉽다”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채소2동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며 수차례 토요스시장을 견학한 것으로 아는데 수년 전 지어진 시장보다 못한 시설 수준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 [Interview] 후지시마 히로지 일본 세이에이대 교수
“품목별로 경매를 진행하는 한국 농산물도매시장의 특성상 거의 하루 종일 시장이 작동하고 있기에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더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일본 농산물 도매유통의 권위자인 후지시마 히로지 세이에이대 교수는 한국 농산물도매시장 유통인들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전했다. 후지시마 교수에게 일본과 국내 농산물도매시장의 현황을 기반으로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 기후변화시대 새로운 역할 모색해야
후지시마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농산물도매시장 역시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며 도매시장 간 정보 교환과 저장 기능의 확충을 강조했다.
그는 “점차 농업 생산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전국의 도매시장법인이 각각 현재의 재고와 자신이 거래하는 산지의 생산량, 저장물량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보를 취합해 공급 가능한 농산물의 물량을 파악하는 것이 기후변화시대 농산물 수급 안정의 출발점”이라며 “이어 농산물 도매시장 역시 중도매인의 소화 물량 등을 적절히 고려하며 수요에 따른 상품 저장 기능을 갖춰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영세 농업인과의 관계설정 중요
또한 지방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도매시장이 쇠퇴하는 것은 산지의 영세 농업인이 농사를 그만두는 원인이 될 수 있음도 꼬집었다. 농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농이 아닌 영세농들은 전업농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에 덜 민감하고 편의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즉 간편하게 소량씩 근거리로 출하하던 지방의 도매시장이 문을 닫으면 이들은 농업 자체를 그만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후지시마 교수는 “최근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의 통폐합이 가속화되면서 문을 닫는 지방도매시장이 많은데 이는 결국 영세농의 출하처가 없어지고 이들이 농사를 그만두면서 식량자급률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일본 내 신선 농산물의 생산액이 11조 원가량인데 이중 일반소비자가 소비하는 것은 3조5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가공·식품·외식업체 등에서 소비하며 대다수가 계약재배의 형태를 띤다”며 “계약재배를 하는 대규모 산지와 전업농 등은 작황에 따라 계약물량을 맞추기 위해 농산물도매시장에 가는 물량을 조정하는데 이는 일반소비자의 입장에선 농산물 가격 불안을 초래하는 요소이며, 그나마 이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이 영세농업인의 출하 물량인 만큼 농산물도매시장과 영세 농업인의 관계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중도매인의 경쟁력 제고 필요
후지시마 교수는 국내 농산물도매시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도매인이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도매시장법인과 거래할 수 있도록 촉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중도매인이 시장 내 모든 도매시장법인과 거래하며 다양한 구색을 갖추는 것이 당연한 반면 한국은 중도매인이 특정 도매시장법인과만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중도매인이 시장 내 여러 도매시장법인과 거래한다면 소비지 시장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품위와 규격의 여러 품목을 원하는 시간에 공급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법인 간의 경쟁 역시 촉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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