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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데스크칼럼] 도매시장법인 위탁 수수료 상한 제한, 진단부터 오류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2-05	조회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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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도매시장법인 위탁 수수료 상한 제한, 진단부터 오류

박현욱 편집부국장 2025. 2. 4

최근 국회에서 도매시장법인의 위탁 수수료 상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농안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설 명절 전후 유통업계에서는 도매시장법인의 수수료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도매시장의 상장 수수료를 현재 4~7%에서 4% 또는 5%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입법 취지는 도매시장법인이 과도한 수수료를 취해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기반한다. 이에 따라 수수료 상한을 설정해 도매시장 내 경쟁을 유도하고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현실을 제대로 진단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도매시장법인의 상장 수수료가 과도한가 하는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는 착시효과가 작용한다. 일반 기업의 경우 거래금액이 매출로 잡혀 영업이익률이 계산되지만, 도매시장법인은 위탁수수료가 매출로 계상되면서 실제보다 높은 이익률로 보이는 오류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도매시장법인의 실제 영업이익률은 1% 내외지만, 회계 방식에 따라 20배 이상 과장되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수치만 보고 ‘과도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설령 도매시장법인의 수수료가 높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농산물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산물 상장 위탁수수료는 품목마다, 그리고 도매시장마다 다르게 책정된다. 만약 개정안의 논리가 맞다면, 국내에서 농산물 가격이 가장 높은 가락시장의 수수료율이 다른 지방 도매시장보다 높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가락시장은 수수료가 지방 도매시장보다 저렴한 편이다. 따라서 수수료가 농산물 가격 상승을 주도한다는 논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수수료를 강제로 낮추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가성비가 낮은 품목의 경우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져 그 피해가 농민들에게 전가될 우려다.

대표적인 예가 배추와 무 같은 국민 채소다. 부피는 크지만 단가가 낮아 거래 유인이 적다. 현재 가락시장의 대아청과 같은 도매시장법인이 거의 전담해서 거래하는 이유다. 대아청과의 무·배추 수수료율은 6.8%, 쪽파·마늘은 4.4%다.

이처럼 거래 비용이 많이 드는 품목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수료가 보장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렵다.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대아청과뿐만 아니라 지방 도매시장에서 무·배추 거래가 사라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사실상 ‘장사를 접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도 지방 도매시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가락시장으로의 물량 쏠림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현재도 수도권 이남 지방 도매시장은 생존을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수수료 상한제가 강제되면 지방 도매시장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결국 경쟁력을 갖춘 가락시장만 살아남고, 각종 농산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잘못된 진단으로 정책을 추진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 예산 삭감이다.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카르텔''을 해소하겠다며 예산을 대폭 삭감했지만, 정작 카르텔의 실체조차 찾지 못했다. 결국 깎였던 예산은 다시 복귀됐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됐고, 국내 과학기술 인재풀은 큰 타격을 입었다.

농업 유통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영도매시장은 국민의 먹거리, 농업 생산 기반, 식량 안보까지 연결된 복잡한 생태계다. 섣부른 정책으로 이 생태계를 무너뜨리면, 한 번 망가진 구조는 복원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정책 추진 전에 현실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가락시장에 윽박지른다고 해서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이는 농산물 가격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정교한 대책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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