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무에 이어 감자까지 연쇄적으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배추와 무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들 작목을 감자로 전환한 농가들이 많았던 반면 소비침체는 장기화돼 시세가 바닥세를 면치 못하면서 갓 출하된 감자가 소비지가 아닌 저장창고로 향하고 있다. 저장물량이 내년 봄 풀리면 감자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이런 감자 출하자들이 기대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곧 출하될 지역의 작황이 좋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다.
작목 전환 증가한 반면
소비 침체…저장창고행
“내년 봄 대란우려” 한숨
감자시세는 최근 5년 내 최악이다. 16일 현재 감자(수미) 20kg상자 상품 시세는 서울 가락시장 기준 1만4686원으로 1만5000원 내외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5년 내 감자 시세가 가장 좋았던 때(2011년)와 비교하면 절반, 감자시세가 좋지 못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2000~3000원 낮게 감자 시세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현재 강원도 일대에 감자가 주 출하되고 있는 가운데 산지에선 이 감자들이 대부분 저장창고로 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배추와 무 시세가 좋지 못하면서 감자로 전환한 농가들이 많아 물량이 늘었고, 여기에 최악의 소비침체까지 겹치면서 저장을 택한 출하자들이 많아진 것. 또한 일부 제과업체들이 당초 수매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수매 물량보다 생산물량이 많이 나오면서 이 물량들이 외식·급식업체 등 시장에 급격히 쏟아져 나온 것도 현재 시세를 낮게 만든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저장되고 있는 물량이 내년 봄 풀릴 경우 최악의 감자 대란이 올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강원도 인제의 한 감자 출하자는 “농가와 산지유통인 모두 저장에만 집중해 창고로 많이 들어가 농가와 중매인 모두 감자를 틀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계 지자체에선 분산출하를 유도하고 있지만 워낙 저시세다 보니 누구하나 선뜻 물량을 출하하지 않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에 감자 주 출하지역 농협을 비롯한 생산자단체 등이 최근 모여 협의를 진행했으나 뾰족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한 채 마케팅 강화나 군납 및 학교급식 등으로 물량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상황이 반등할 하나의 변수는 있다. 겨울 감자 주 출하 지역의 작황이 변수의 큰 요인이다. 현재 겨울 감자 주산지인 제주 지역의 작황이 좋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초겨울 출하되는 전라도와 경상도 이모작 물량도 여름 파종 시기 작황 등이 안 좋아 파종 물량을 줄인 것으로 보여 이러한 영향이 현재 저장되고 있는 물량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평창 진부농협의 감자 담당자는 “보통 감자는 (같은 시기 재배할 수 있는) 배추와 무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난해 배추와 무 시세가 좋지 못하면서 감자로 전환한 농가들이 많았고, 여기에 일부 제과업체들이 수매를 늘린다고 해 남부 쪽 산지에서도 물량을 늘렸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고 소비는 침체돼 감자 시세가 너무나 좋지 못하다”며 “겨울감자 작황만을 바라봐야 하는 현실이고 만일 이쪽도 물량이 유지되면 내년 봄 이후 감자에 있어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