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2기작·겨울배추 출하 김장철에 몰려
유통업계 “과잉물량 정부 추정치 훨씬 상회”
수급조절물량 최소 15만t 이상은 돼야 효과
“최저보상가격 현실화 등 대책 시급” 목소리
“올 가을배추 공급량이 153만t 정도밖에 안 될 거라고요? 아마 김장철에 쏟아져 나오는 배추가 180만t은 될 겁니다. 10만t 시장격리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김장용 가을배추 생산량을 153만~163만t으로 예상, 배추 값 지지를 위해 모두 10만t을 시장에서 격리키로 15일 발표한 데 대해 산지와 유통가에서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16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만난 배추 유통인들은 “올 김장철엔 가을배추뿐 아니라 강원·경북지역 준고랭지 2기작 배추, 전남지역의 일부 겨울배추까지 비슷한 시기에 출하돼 시장이 큰 혼선을 빚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당국이 이를 간과한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통상 준고랭지 2기작 배추는 10월15일경 출하가 끝나지만 올해는 가격 약세로 11월까지 지연될 것으로 보이고, 1월에 출하되는 전남지역 겨울배추는 작황이 좋아 출하시기가 12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올 김장철 배추 공급량이 정부 추정치를 한참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김장용 가을배추의 생산량만 놓고 보더라도 정부가 예상치를 너무 낮게 잡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올해는 아주심기 기간인 9월 초 비가 적게 내려 아주심기가 적기에 이뤄졌고, 이후 생육기 온도와 강수량이 비교적 적당해 생산량이 평년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농촌진흥청 조사(10월1일)에 따르면 올 가을배추는 평균키가 31.9㎝로, 과잉 생산으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보다 2.5㎝나 더 크고, 잎 수도 지난해보다 4.6매 많은 평균 24.3매에 이른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17일 “최근 전남·충남지역 등 가을배추 주산지를 둘러보고 왔는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배추 작황이 더 좋은 상태였다”며 “이달 초에 조사했을 때보다 생산량이 더 늘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시장격리 등 수급조절 물량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남 영암지역의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우리 지역 배추는 현재 반 정도 결구가 이뤄졌는데, 작황이 너무 좋아 생산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설사 한파가 닥친다고 하더라도 작황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낮아 10만t 시장격리 가지고는 턱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산지유통인단체 임원도 “배추 유통인들은 올 김장철 배추 과잉생산량이 30만t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선 시장격리 물량을 최소 15만t 이상으로 늘려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배추 시장격리는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농업인들과 유통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 봄 배추 수급정책을 발표하고도 실제 집행까지 오랜 시간을 끈 결과 시세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이번엔 신속한 시장격리를 통해 배추 가격 안정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격리를 실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가락시장 한 관계자는 “시장격리를 하더라도 과거처럼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를 대상으로 하면 안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실제 시장에 출하될 배추들이 격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지유통인단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시장격리를 해도 배추는 보상가격이 낮아 응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최저보상가격(3.3㎡당 고랭지 2기작 배추는 2653원, 가을배추는 2367원)을 현실화시켜야 배추 수급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이성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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