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또다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부문 소비량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가운데 사업체부문 소비량은 4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4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56.4㎏)보다 1.1% 감소한 것으로 역대 최저치다.
1인당 하루 소비량은 152.9g으로 2023년(154.6g)과 견줘 1.7g 적었다. 국민 한사람당 하루에 밥 한공기(약 100g)를 조금 더 먹는 셈이다. 가구부문 조사는 쌀을 집에서 직접 조리해 소비한 양과 배달음식 등 외식을 통해 소비한 양을 모두 포함한다.
국내에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3년 129.5㎏에서 1984년 130.1㎏으로 상승한 이후 지난해까지 40년간 단 한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이같은 하락세에는 식생활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농업전망 2025’에서 “2014∼2023년 쌀 소비량은 식생활 서구화와 대체식품 소비 증가로 연평균 1.6%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구화 식단의 대표적인 품목인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3대 육류의 지난해 소비량은 60.1㎏으로 쌀 소비량보다 많았다.
이형용 농경연 곡물관측팀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육류와 샐러드 등 쌀을 대체하는 식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1인가구 증가의 영향으로 기존 쌀을 대량으로 구매하던 소비 성향이 필요할 때마다 소량 구매하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가구 소비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양곡 소비량 조사에서도 바뀐 식생활문화가 끼친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해 보리쌀·밀가루·잡곡류·두류·서류 등 기타 양곡의 소비량은 8.6㎏으로 전년보다 4.9% 증가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또한 건강을 중시하는 식생활이 정착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이정현 통계청 농어업동향과장은 “기타 양곡 중에서도 밀가루 소비는 줄고 서류·잡곡의 소비는 늘어난 것을 보면, 건강에 관심이 큰 소비자들의 경향이 통계에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사업체부문의 소비량이다. 지난해 식료품과 음료 제조업체의 쌀 소비량은 87만3363t으로 2023년(81만7122t) 대비 6.9%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식료품 제조업체의 소비량은 전년보다 4.8% 늘어난 58만4612t, 음료 제조업체의 소비량은 전년보다 11.5% 늘어난 28만8751t으로 집계됐다.
사업체부문의 소비량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늘어났는데, 그중에서도 2023년과 지난해의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정부도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가공용 쌀시장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 지원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가공밥 제조업체에 대한 정부양곡 공급을 단계적으로 제한해 해당 업체들이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민간에서 물량을 조달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시장가격을 지지하는 등 가공시장 육성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