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원산지기동팀이 21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농산물 원산지 표시를 점검하고 있다.
원산지 표시 단속현장 가보니
전통시장 등서 부정 유통 적발
검정키트 즉시검사 실효성 높여
장보기 주부 감시단도 맹활약
농민신문 대구=유건연 기자 2025. 1. 24
“농축산물 원산지 거짓·허위 표시 등 부정 유통을 원천 차단해 소비자는 안심하고 국산 농축산물을 구매하고, 생산자인 농민은 정당하게 제값을 받는 유통 구조를 정착시키겠습니다.”
21일 오후 대구 대표 전통시장 중 한곳인 칠성시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지원장 서준한·이하 경북농관원) 원산지기동팀 소속 직원들이 시장 안 가게를 숨 가쁘게 돌아다녔다. 점포를 방문한 직원들은 자신의 신분과 출입 목적을 밝힌 뒤 판매하는 농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꼼꼼히 살폈다.
매의 눈으로 일일이 확인한 결과, 일부 가게는 농산물 원산지 표지판이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기동팀원이 모습을 보이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넣어뒀던 원산지 표지판을 꺼내 진열한 농산물에 꽂기도 했다.
즉석 두부 판매장에선 국산에만 원산지를 표시하고 외국산 원료로 만든 묵은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채 판매해 가게 주인과 기동팀이 한참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선 중소상인과 소비자 모두 원산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전통시장에선 원산지 거짓·허위 표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축산물을 판매하는 가게에선 기동팀원들이 더욱 집중했다. 의심나는 육류는 돼지고기의 경우 현장에서 ‘원산지 판별 검정키트’로 시료를 채취해 바로 검사했다.
박연덕 원산지기동팀장은 “올 상반기부턴 쇠고기 검정키트도 보급할 예정이어서 단속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경북농관원은 13일부터 설 직전인 27일까지 원산지 특별 단속을 한다. 전통시장을 비롯해 중소형 마트, 대형마트, 정육업체 등이 대상이다. 특히 이번 설 명절은 국내 정치 불안정에 따른 소비 침체로 전통시장과 중소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단속보다는 계도 차원의 점검이 주를 이뤘다.
한 기동팀원은 “전통시장에선 원산지 표시를 놓치거나 빼먹는 경우가 가끔 있다”면서 “이럴 경우 원산지 표지판을 나눠주며 업주를 일일이 설득한다”고 말했다.
경북농관원은 특별단속 기간에 명예 감시원을 활용한 ‘장보기 주부 감시단’도 운영한다. 저녁 시간대나 주말 등 단속반 활동이 없을 때 주부들이 장을 보면서 자연스레 원산지 표시를 점검한다. 원산지 표시가 의심스러운 경우 농축산물을 직접 구매해 시료를 농관원에 전달해 물증을 확보한다. ‘주부 감시단’은 2022년 외국산 돼지고기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업자를 적발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농관원 직원들에겐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돼 농축산물의 원산지 거짓·허위 표시 등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면 업체나 업주를 수사해 검찰에 송치한다. 국민 먹거리 안전을 담보하고 국산 농축산물이 제값을 받는 공정한 유통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박 팀장은 “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원산지 표시 위반에 따른 국산 농축산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연중 원산지 표시 단속을 하고 있다”면서 “국산 농축산물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업무에 임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농관원에 따르면 21일까지 도내의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건수는 모두 30건이었고, 이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13건이 김치였다. 통상 돼지고기 위반 건수가 가장 많은 것에 비해 주목할 만한 결과다. 경북농관원은 지난해 이상기후로 배추가 흉작이었던 데다 겨울배추 가격이 오르면서 원산지 표시 위반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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