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쌀 부족 사태로 연중 오름세를 보였던 일본 쌀값이 2024년산 수확기 이후에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햅쌀이 나오면 가격이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수요불안 심리가 요동치며 상승 현상이 지속됐다. 이 가운데 일본 정부는 비축미 100만t은 비상 재해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미방출 입장을 유지해 주목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일본 내 쌀 도매가격은 60㎏당 2만3961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도쿄지역 쌀(고시히카리) 5㎏ 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4018엔으로 전년 동기(2386엔)보다 1632엔 올랐다.
일본에선 지난해 쌀값이 치솟는 현상이 지속됐다. 폭염 여파로 2023년산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약 10만t 줄었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쌀 수요가 늘면서다.
이같은 현상이 2024년산 수확기에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현지 시장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4년산 쌀 수확량은 679만t으로 전년보다 18만t 많다.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었음에도 앞서 쌀 부족 사태를 겪은 도·소매업체들이 쌀 확보 쟁탈전에 나서며 도매 시세가 급등하고 소매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달 10일 일본 미곡기구가 발표한 ‘쌀 경기확산지수(DI)’는 지난해 12월 기준 80이다. 이는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고 수치였던 2012년 78을 넘어섰다. 쌀 DI 지수는 산지, 도·소매, 외식업체 등 거래 당사자의 쌀 수급과 가격에 대한 판단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쌀값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가 매년 의무 수입하는 외국산 쌀 77만t 가운데 10만t은 밥쌀용으로 민간에 공급한다. 농림수산성은 지난해 네차례에 걸친 2024년도 수입쌀 경매에서 10만t이 전량 소진됐다고 밝혔다. 이는 7년 만의 품절이다.
정부 경매로 낙찰받지 못한 일부 업체들은 높은 관세(1㎏당 341엔)를 부담하고서라도 민간 무역을 통한 쌀 수입을 희망하고 있다. 최근 오사카의 한 도매업체는 미국산 쌀 300∼400t을 수입했고 향후 수입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대형 슈퍼마켓 체인 ‘세이유(SEIYU)’는 대만산 자포니카 쌀(5㎏) ‘무스비노사토’를 관동지역에서 판매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쌀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본 정부는 비축미 100만t은 비상 재해 때에만 방출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장관)은 지난해 10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정부는 민간의 쌀 사재기를 점검하는 것 외에 시장 공급에 개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야마노 토오루 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도 “쌀값이 상승하고 있지만 생산비용 증가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비싼 것은 아니다”라며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소비자가 쌀 소비를 줄일 우려가 있어 적정 가격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