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11시 가락시장 배추경매장. 배추 경매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이날 배추 경매를 담당한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사가 배추 한망(10kg)기준 경락가를 외치자 배추 출하자들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바뀌어 갔다.
출하자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유찰도 없고 매기도 실종
“산업 자체 무너질 수도” 걱정
경매장 곳곳에서는 한숨소리와 함께 연신 답답한 대화만이 오갔다. 강원도 평창에서 온 한 출하자는 “계속 시세가 낮게 형성돼 있었어도 9일 한글날부터 시작되는 징검다리 연휴로 인해 오늘은 매기가 좀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어제보다도 시세가 더 떨어지니 차라리 출하를 하지 않는 게 나았을 뻔 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9톤 트럭 30여대 분량의 경매를 하는데 걸린 시간은 16분. 특품과 상품 위주의 물량으로 상품성이 좋은 배추가 주를 이뤘지만 30대 차량 중 한망 기준 4000원을 넘어선 차량은 3대에 불과했다. 전날 가락시장 10kg망대 상품 평균 경락가가 4074원이었으니 전날 평균가와 맞닿은 비중이 10분의1에 그친 것이다. 그렇다보니 경매 역시 흥이 나지 않았고 매기도 없으면서 경매시간이 짧게 끝나 버렸다.
경매가 끝난 직후 만난 오현석 경매차장은 “한마디로 최악이었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경매시간이 짧게 끝났다는 물음에 오 차장은 “경매를 하기 전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저시세의 흐름이 포착됐고 유찰도 없는데다 매기도 죽어있는 등 시장 정황 상 길게 갈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2년 연속 시세가 좋지 못하고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시세가 더 좋지 못하면서, 지난해의 경우 산지유통인들 위주로 피해가 끝났지만 올해엔 농가들에게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고 내다보고 있었다. 최근 비가 오면서 평균보다 생육이 빨라지고 있지만 낮은 시세로 인해 출하를 늦추려는 경향도 있어 여름-가을-김장 물량이 맞물리고 있고 이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오현석 차장은 “최근에 춘천 지역을 가보니 8월 중순에 정식한 춘천 지역의 배추가 오는 19일 경 첫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평년에 비하면 일주일에서 10일 가까이 빨라졌다고 보면 된다”며 “반면에 낮은 시세로 출하를 늦추는 경향이 있기에 물량이 맞물리면서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더 어둡게 흘러갈 수밖에 없고, 만일 가을과 겨울 날씨가 큰 추위 없이 지나간다면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해 배추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현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날 공식적인 가락시장의 배추 10kg망대 상품 기준 시세는 3714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기준 최근 5년간의 흐름을 보면 지난해엔 4890원, 2012년엔 9055원, 2011년엔 4765원, 2010년엔 2만55원의 시세를 형성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