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 유행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화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사진은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이미지투데이
2016년 이후 최악 독감에 사망자 급증
화장시설 이용하려면 며칠 기다려야
3일장 대신 4일장… ‘원정 화장’ 불사
농민신문 박준하 기자 2025. 1. 22
부산에서 거주하는 회사원 배모씨는 최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 화장예약신청을 하려고 보니 바로 화장이 가능한 시설이 없었기 때문. 배씨 가족들은 원하는 화장시설 이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대기해야 했고 장례 일자는 3일장이 아닌 4일장으로 늘어났다.
최근 독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유행하면서 장례 문제로까지 치닫고 있다. 독감으로 사망자가 늘면서 화장시설이 붐비고 있는 것이다. 화장장을 찾지 못한 유족들은 불가피하게 4일장을 치르거나 다른 지역으로 ‘원정 화장’까지 떠나는 모양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독감 환자는 ‘역대급 유행''이었다는 2016년(86.2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1주차(2024년 12월29일∼2025년 1월4일) 독감 의사환자는 1000명 중 99.8명이었다. 여기에 독감 환자가 폐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코로나19 등 다른 호흡기 질환과 함께 감염되는 ‘트윈데믹’을 겪으면서 사망자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22일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조회하자 부산 등 주요 광역시 화장시설은 대부분 포화상태였다. 심한 경우 주말까지 시설 예약이 마감됐다. 부산의 유일한 화장시설인 영락공원에서 화장을 하려면 일요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이달 13∼19일 전국 화장시설 화장 건수는 86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00여건)보다 약 30%포인트 더 많았다. 1월 3일장 비율은 60% 안팎으로 지난해 12월 4주차(23∼29일) 78%에 비해 20%포인트 감소했다.
시 관계자는 “유족들이 화장장을 찾느라 힘겨워하고 있다”며 “어떤 유족은 시내 화장시설에 자리가 없어 인근 지역으로 원정 화장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장례난’에 지방자치단체들은 화장로를 연장 가동하거나 횟수를 늘리고 있다. 22일 경북 구미시는 화장 수요 증가에 따라 구미시추모공원 화장 회차를 증설했다. 경기 용인 평온의숲도 1개월 동안 화장로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서울시립화장시설인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도 27일(월)까지 2회차를 증설할 계획이다. 세종특별자치시도 23일부터 전국 화장률이 안정화될 때까지 은하수공원 화장로당 화장 횟수를 하루 4회에서 5회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시설 관계자는 “화장 수요가 늘어나 하루 최대 36건 처리하던 것을 42건까지 늘렸다”며 “장례 과정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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