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정기부제 도입 효과
기부효능감 높일 사업 발굴을
올 1인당 한도 2000만원으로
정부도 공제 상한액 상향 추진
농민신문 지유리 기자 2025. 1. 22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가 ‘2년차 징크스’를 벗어던진 모양새다. 지난해 2분기까지 지지부지하던 월 모금액이 10월 들어 급증하더니, 지난해 총모금액은 879억3000만원, 기부 건수는 77만3700건으로 잠정 집계되며 제도 첫해 실적을 넘어섰다. 재정이 열악한 인구감소지역 등 비수도권에 모금액이 몰리면서 고향기부제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 어느 정도 접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에는 1인당 기부금 한도가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되고 민간 플랫폼도 한층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가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움도 남는다. 주요 기부 유인으로 작용하는 세액공제 한도가 변함없고 법인·단체의 참여가 금지된 점도 제도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정기부제로 참여자 효능감 높여=지난해 모금 실적이 크게 성장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정기부제가 꼽힌다. 지정기부제는 지자체의 특정 사업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는 제도로 지난해 6월 도입됐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제도 시행 반년 만에 2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55개 사업을 발굴했고, 이 중 13개 사업이 모금을 완료했다.
대표적인 지정기부사업으로 충남 청양군의 ‘정산 초·중·고 탁구부 지원사업’, 전남 곡성군의 ‘소아과 진료 지원사업’ 등이 있다. 이들 사업은 기부자의 공감을 얻어 목표 모금액을 조기에 달성했다. 그 외 경기 이천·안성시의 ‘폭설 피해 복구 지원’ 등 재난 피해 지원사업도 주목받는다.
전문가들은 지정기부제가 기부자의 기부 효능감을 높여 사업 참여를 유도한다고 설명한다. 권선필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기부제 특별위원장(목원대학교 교수)은 “지정기부제는 기부자가 보람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기부 동기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정기부가 더 효과를 거두려면 기부자를 만족시킬 만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지자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답례품, 지역 관광·체험 상품으로 확대=기부자는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매력적인 답례품 발굴이 기부의 동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지자체는 다양한 답례품을 기획·발굴하고자 노력한다.
답례품은 농축산물 등 지역특산품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텃밭 분양권, 지역 숙박권, 여행상품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같은 체험형 답례품은 기부자가 지역에 직접 방문해 사용해야 하므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는 이점이 있다.
정법모 국립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고향기부제의 목표 중 하나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인데, 지역 체류를 유도하는 답례품은 목표를 달성하기에 효과적”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인구 유입을 도모해 관계인구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첫해 인기 답례품 상위권을 차지했던 농식품은 2년차에도 인기를 끌면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제외하고 판매건수 기준 가장 많이 제공된 답례품은 제주도의 ‘귤로장생 노지감귤’로 총 5292건 판매됐다. 대전의 유명 빵집과 연계한 ‘성심당 상품권’(3만원)은 4703건, 충남 논산의 ‘겨울시즌 논산딸기’는 3587건의 판매고를 올렸다.
◆세액공제 한도는 숙제…플랫폼 개방 속도 내야=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개선사항은 세액공제 혜택이다.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인 만큼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넓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기부금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하고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 공제율을 적용한다.
유보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고향기부제 연구지원단장은 “기부 행태를 보면 세액공제 혜택을 노린 경우가 많다”면서 “주요 답례품인 지역 농축수산품의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데, 농식품 물가가 최근 큰 폭으로 오른 만큼 (1인당 기부금액이 늘 수 있도록) 세액공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액 공제 기준은 20만원으로 높이고 500만원 이하는 20%, 500만원 초과는 25% 공제할 것으로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향납세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2015년 전액 세액공제 상한액을 확대하면서 모금액이 1년 만에 4.3배 증가했다.
플랫폼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12월 민간 플랫폼이 문을 열었지만 기존의 공공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과 연계돼 있어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 위원장은 “다양한 기능을 지닌 민간 플랫폼이 참여해 기부금 납부창구뿐 아니라 고향기부제 관리·운용, 답례품 발굴, 제도 홍보 등 제도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인의 기부를 허용해달라는 요구도 이어진다. 우승희 전남 영암군수는 “기부 참여를 활성화하려면 법인과 단체 등 기부자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서원)이 15일 대표 발의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해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고 기부자 편의성을 높이는 등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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