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전국 산지에서 출하되는 채소류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17일 밤 가락시장에서 진행된 배추 경매 현장.
② 17일 밤 가락시장에서 무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설 대목장 점검] <2>채소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우정수 기자 2025. 1. 21
설 명절을 앞두고 채소류의 도매시장 반입량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1월 초 폭설과 한파가 지나고 기온이 오르면서 산지 출하 작업이 활발해지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해 이상기후 여파로 주산지 작황 피해가 상당히 많은 데다 피해가 큰 품목의 경우 전반적인 공급 물량이 줄고, 가격은 강보합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 배추 시세 현 수준 유지…무 산지 작업량 증가로 보합세 이어갈 듯
배추는 김장 시즌 이후 산지 출하량 및 시장 반입량이 감소하면서 강세를 띠었던 가격이 오히려 설 명절을 앞두고 조금씩 하락하는 분위기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기준, 김장 성수기였던 11월 중순~12월 초 최소 500톤대 후반에서 최고 1000톤을 넘겼던 배추 반입량은 대부분 김장을 마무리한 시점인 12월 둘째주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12월 마지막 주에는 200톤 아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시기 겨울배추 작황이 부진해지고, 산지유통인과 김치업체 등의 저장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반 가정 수요 감소에도 시세가 상승세를 탔다. 12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1만원 대를 넘어선 배추 평균 도매가격(10kg, 상품)은 1월 초에는 1만7000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다 1월초부터 시장 반입량이 하루 최대 500톤 이상, 평균 300~400톤대를 유지하자 시세가 조금씩 하락해 1월 20일에는 1만2695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2021년 이후 같은 기간 배추 시세가 최고 7000원대 중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이지만 유통업계에선 설 대목장 거래가 더 활발해지더라도 배추 시세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명배 대아청과 팀장은 “최근 배추 시세가 좋았기 때문에 반입량이 늘어나는 추세로, 설 명절이라고 해서 가격이 더 오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물량 부분도 설 명절에는 일반 가정에서 보통 겉절이나 새 김치를 조금 담그게 되는데, 이런 일반 수요를 소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제수용(탕·국)으로 많이 쓰이는 무는 최근 산지 작업량 증가로 1월 초순 대비 도매시장 반입량이 급증했다.
가락시장 일일 반입량 현황을 보면 13일 480톤, 14일 370톤에서 15일 650톤, 16일 840톤으로 늘었고, 20일 970톤을 기록하며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반입량 증가로 시세는 하락세다. 가락시장에서 20㎏상자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17일 2만5000원, 18일 2만4000원, 20일 2만3000원대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전년보다는 높은 가격이다.
대아청과 김찬겸 경매사는 “월동무 주산지인 제주에서 지난해 기상 피해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설 성수기로 작업량이 늘며 공급 물량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고, 시세도 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 제수용 품목은 시금치가격 평년보다 소폭 올라…오이·애호박·버섯도 높은 시세
채소류는 저장 물량 위주로 수급 예측이 가능한 과일과 달리, 수확 후 바로 출하되는 특성상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물량이 늘고 시세 변동도 커지는 편인데, 올해 설 대목장에서는 이런 특성이 특히 두드러질 전망이다. 주산지 작황 부진과 품위에 따른 시세 차이가 크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설 수요에 맞춰 일시적으로 공급을 확대하려는 산지 움직임이 있어 물량 변동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겨울당근은 여름철 파종기 고온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해 공급량이 감소하며 가격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13~20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당근(20㎏상자 상품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6만4000원대에서 시작해 18일 6만원, 20일 5만6000원대으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이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여름철 파종기와 가을철 기온이 크게 올랐다가 비가 내려 산지에서 폐기된 물량이 많아 시세는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산지인 남해 지역의 작황 피해가 컸던 시금치는 최근 생육이 회복되면서 물량이 출하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금치(4㎏ 상자 상품) 도매가격은 1만8000~1만9000원대로, 평년보다 약간 높은 상태다.
오이와 가지, 애호박 등도 기온 및 일조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산지 공급 여건이 어려워진 품목이다. 오이는 1월 초 강추위 영향으로 산지 작업량이 감소해 일평균 100톤 초중반대가 반입됐고, 백다다기 오이(100개 상품 기준)는 20일 9만2000원대를 기록했다. 애호박도 13일부터 20일까지 도매가격(20개 상품 기준)이 4만2000~4만3000원대를 유지하며, 전년 대비 20% 이상 높은 시세를 띠고 있다.
버섯, 쪽파 시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느타리버섯(2㎏ 상자 상품)은 18일과 20일 2만대로 올라섰고, 쪽파(10㎏ 상자 상품)도 8만원대 이상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동진 한국청과 상무는 “지난해 하반기 고온과 강우, 폭설, 한파 영향으로 채소류 공급 여건이 불안한 상황이지만, 최근 날이 따뜻해지고 이번 주 내내 날씨가 양호할 것으로 전망돼 추위로 인한 설 대목장 공급 차질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전반적으로 채소류 시세가 높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산지 영농비와 물류비 부담 역시 크게 증가한 상황인 만큼 소비가 어느 정도 뒷받침될지가 향후 시황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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