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A도매시장법인의 한 경매사가 1년여 동안 출하대금을 가로채 1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한 형태의 비리가 반복되는 만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추세다.
가락시장 종사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불거진 경매사 횡령 사건은 A법인 소속 경매사가 출하자에게 지급돼야 할 도매법인의 출하대금을 차명계좌로 수령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도박 빚 등이 그 이유였다. 출하대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출하자가 A법인을 방문했고 이를 통해 해당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A법인에서는 사태를 인지한 뒤 소속 경매사가 횡령한 18억원 전액을 우선 변제하는 한편 해당 경매사를 형사 고발 조치한 것으로 확인된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문제는 출하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경매사 횡령 사건은 2년 전 타지역 공영도매시장에서도 발각된 바 있으며 비슷한 형태의 비리가 수년 단위로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는 실정이다. 출하자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아울러 출하자들은 앞선 비리·횡령 사례들을 예방·타개할 근본 대책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으고 있다. 곽길성 가락시장 품목별생산자협의회장은 “경매사가 중도매인과 차명계좌를 만들어 출하자에게 갈 출하대금을 가로챘다는 얘긴데, 출하대금을 출하자가 아닌 제3자가 수취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도매법인, 경매사, 중도매인 모두 결탁됐거나 알고도 묵인했을 것이라고 본다”며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경매사는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도매시장법인에 소속돼 있다 보니 이런 비리나 횡령이 발생하더라도 법인이 이에 대한 개선 의지 없이 조용히 넘어가려 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곽길성 회장은 경매사 공영제를 도입해 경매사가 특정 품목과 회사에 오랫동안 묶여있지 않게, 순환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회장은 경매사 공영제 도입 시 공정 경매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 전문가 역시 경매사 공영제가 앞선 논란을 해소시킬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유통전문가 B씨는 “출하대금 횡령 등의 비리는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도매시장의 병폐 중 하나다. 현재의 구조에선 이러한 문제가 언제 어디서든 재차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경매사는 농안법에 따라 공정하게 경매를 진행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가진다. 경매사의 임면 및 관리 감독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 공공주체가 가지고 있었으나 농안법이 개정되며 이러한 권한을 사적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도매시장법인이 가져가게 됐다”며 “비리를 근절하고 경매사가 가진 공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매사 임면권을 공적 기구인 공공기관이 다시 가져와야 하며 경매사 공영제 역시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공영제를 통해 경매사 관리 감독이 보다 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출하대금을 가로채는 등의 관련 횡령을 막아내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 중 하나로 통합정산기구 마련을 제안했다. B씨는 “도매시장법인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출하대금 지급을 정산법인 설립 등으로 통합하게 될 경우 거래내역 등이 보다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더 늦기 전에 경매사 공영제 도입과 통합정산기구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농정신문] ‘윤석열 탄핵 찬성’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농해수위 배정 
[한국농정신문] ‘극악’ 치달은 생산비, 결국 ‘작목 전환’·‘폐농’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