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신선 양배추 수입이 지난해 3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확인된다. 가락시장 취급량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가락시장이 수입 양배추 유통 거점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양상이다. 1월 10일 가락시장에 입고된 중국산 신선 양배추(15kg 상자) 모습.
신선 양배추 수입 폭증…가락시장 도매법인이 주도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5. 1. 17
2021~2023년 지난 3년간 주춤했던 신선 양배추 수입이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작황 부진과 맞물려 정부의 할당관세 확대 영향 등이 원인인데, 문제는 공영도매시장의 수입 양배추 취급량이 크게 늘어 수입 경로의 거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도매시장 중에서도 가락시장이 앞장서 수입 확대를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이 산지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해 수입량 2만3527톤…전년 대비 3배 넘게 늘어
1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선 양배추(HS코드 0704901000) 수입실적은 2만3527톤(약 854만달러)로, 2023년 6742톤(195만달러) 대비 약 3.5배 물량이 증가했다. 2023년 수입 물량 역시 앞선 2021년 4334톤(149만달러)과 2022년 4450톤(161만달러) 대비 50% 이상 증가했는데 2024년 증가 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2021년 대비 2024년 수입 물량은 약 5.4배나 급증했다.
신선 양배추의 경우 99% 이상 중국산 수입으로, 2021~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양배추 수입업체의 중국 입국이 많이 어려워진 영향 등으로 국내 수입량이 2019년 1만2115톤·2020년 3만6515톤 대비 급감했다가 2023년에 이어 지난해 수입이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2023년은 봄 생육기 가뭄에 이어 여름 집중호우와 고온 피해가 있었으나 가을부터 작황이 회복됐는데, 하반기인 10월(1144톤)과 11월(845톤) 수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024년은 총선을 앞두고 상반기부터 ‘금사과’, ‘금대파’ 등 논란이 계속되자 봄 양배추 작황 부진을 이유로 정부가 5월부터 할당관세를 통해 무관세(기본세율 27%→0%)를 적용해 4월과 5월 각각 5550톤과 6300톤이 수입됐고, 해당 방침이 10월 말까지 연장되면서 10월(1145톤)과 11월(2261톤) 수입이 계속됐다. 12월에도 2110톤이 수입되는 등 최근까지도 수입 확대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입 증가는 양배추 자급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배추 자급률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01.9%에서 2020년 91.4%로 크게 떨어졌다가 코로나 이후 2021년 100.5%, 2022년 99.7%로 올라갔는데, 2023년 98.8%에 이어 2024년 93.5%(2025농업전망 자료)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 공영도매시장 취급량 5배 급증, 수입 유통거점 되나
문제는 2023년부터 공영도매시장의 수입 양배추 취급량도 크게 늘었다는 점인데, 증가 폭이 전체 수입 증가세보다 더 빠른 양상이다. 공영도매시장이 수입 유통 경로의 거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 통계연보에 따르면 32개 공영도매시장의 수입 양배추 거래물량은 2022년 345톤에서 2023년 1147톤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2024년도의 경우 통계연보가 아직 발간되지 않았는데, aT 도매시장 통합홈페이지에 따르면 전체 공영도매시장의 2024년도 수입 양배추 취급량은 6200톤 정도로 확인된다. 2023년 대비 5.4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양배추 전체 수입량 중 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물량 비중은 2022년 7%, 2023년 17%, 2024년 27% 수준으로, 증가 추세다. 이는 코로나19 이전과는 달라진 흐름이다. 양배추는 국내 생산 기반이 충분한 품목 중 하나로, 일시적인 국내 작황 부진을 대체하는 차원에서 수입 조치가 단기적으로 추진되고 수입산 수요도 많지 않아 일부 도매시장을 제외하고 수입 물량이 우려가 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에는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수입 취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끈 측면이 컸는데, 2023년부터 이런 기류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 가락시장 취급량 확대 뚜렷, ''수입 주도'' 양상
가락시장의 수입 양배추 취급 비중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도매시장 통계연보를 보면 가락시장의 수입 양배추 거래실적은 2023년 1034톤으로, 공영도매시장 전체 취급량 1147톤 중 90% 비중이다. 앞선 2021년 55톤·2022년 95톤에 비해 최소 10배 이상 뛰었고, 코로나 이전 양배추 수입량이 많은 시기 가락시장의 수입 양배추 취급량(2019년 258톤, 2020년 369톤)보다도 많다.
지난해 가락시장 수입 양배추 거래물량은 더 늘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약 4092톤으로, 전년(2023년)보다 4배 정도 증가했다. 2021년 대비 2024년 전체 양배추 수입량이 5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 가락시장 수입 양배추 거래실적은 2021년(55톤) 대비 74배나 증가한 것이다.
참고로 가락시장에 이어 지난해 수입 양배추 취급량이 많은 도매시장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1071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홈페이지)으로, 코로나 이전인 2020년에도 2400여톤이 수입된 바 있다. 당시에는 가락시장보다 강서시장을 비롯해 인천남촌 1664톤, 인천삼산 1059톤 등 다른 도매시장의 취급 물량이 훨씬 많았다. 지난해 가락시장과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수입 양배추 취급 비중은 전체 공영도매시장 취급량의 83%를 차지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별 실적(서울시공사 홈페이지)을 보면, 2023년 가락시장 수입 양배추 거래물량 1032톤은 중앙청과 1곳이 전부 취급했다. 2024년에는 취급 도매법인이 4곳으로 늘어나 동화청과가 1698톤, 중앙청과 947톤, 서울청과 809톤, 한국청과 660톤 순이었다. 나머지 2곳(대아청과·농협가락공판장)은 수입산 양배추를 취급하지 않았다.
# "공익 기능 외치면서 수입 방관하나" 도매법인 역할 지적
가락시장에서 수입되는 중국산 양배추는 국내산 양배추의 중·하품 수요를 대체하고 있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15일 가락시장에서 수입 양배추 평균 도매시세는 15㎏ 상자 상품 기준 1만3000원대로, 국내산 양배추 유통 중량인 8㎏으로 계산하면 6500원 내외 수준이다. 국내산 양배추 8㎏ 도매시세가 특품 1만4000원 이상·상품 1만원·중품 8000원·하품 7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국내산 중하품 시세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수입 양배추 시세(15㎏ 상자 상품)는 지난해 12월 중순 9000원 내외에서 1월 들어 1만3000원대로 올랐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양배추 수입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7월 451원, 8월 455원, 9월 496원, 10월 715원, 11월 602원, 12월 511원, 2025년 1월 현재 521원 흐름이다. 예를 들어 현 단가 기준 15㎏로 보면 7800원대로 관세(27%)를 포함해 1만원 정도로 국내에 반입되고 있고, 가락시장 상장거래로만 2000원 내외의 차익을 낼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 수입 추진 배경에는 작황 부진으로 산지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과 국내산 시세 강세 속에서 수입 양배추를 취급하는 것이 손쉬울 뿐만 아니라 수익 측면 등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영도매시장과 가락시장의 양배추 수입 증가에 대해 산지에서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제주양배추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기상피해 등으로 겨울양배추 조생 물량이 전년 대비 20~30% 줄었다. 중만생종 양배추가 곧 출하되면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일시적으로 국내산 공급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정부의 수입 확대 분위기를 타고 가락시장에서 수입산 양배추가 활개를 치고 있다”면서 “일시적인 국내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수입량을 대폭 늘린다면 중장기적으로 당근이나 양파 사례처럼 수입산에 대한 고정수요가 생기게 되고, 나중에 국내산 물량이 회복되면 산지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수입을 늘리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책임론도 거론된다. 공익 기능을 강화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산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입 확대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다.
산지유통인 관계자는 “수입은 생산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공영도매시장만큼은 수입을 가급적 자제하고 국내산을 취급하도록 수집 역할을 하는 도매법인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부터 중도매인이 상장거래를 통해 수입 양배추를 들여오면서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데, 가락시장 도매법인은 관련법상 수탁거부 금지 원칙을 이유로 상장거래를 통한 수입을 막을 수 없다며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락시장에서 중국산 양배추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2023년 하반기 출하자단체(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가 지적하면서 논란<관련기사 참고>이 된 바 있는데, 이후 지난해 시장 내 양배추 수입이 더 가속화되고, 연중 고정적인 형태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수입산 자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수입 양배추를 통해 도매법인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수입 원가와 상장경매 간 시세 차익을 노리는 쪽은 중도매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 물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율하고 중도매인과도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 도매법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가락시장 도매법인이 그런 인식이나 행동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면서 “도매법인이 출하자 입장을 대변하고 공익적 기능을 강화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 진정성이 산지에 전달되려면 수입 농산물에 대한 대응 방식도 기존처럼 안일하게 지켜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탁거부 금지 원칙을 핑계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뒷짐만 지고 있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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