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은 지난해보다 되레 감소
양파·당근 등 값 하락 영향…배추·무, 거래량·금액 줄어
올 들어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농산물은 물량면에서 지난해보다 많아졌지만, 거래금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농산물 거래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최근 올 1~8월 말까지 가락시장의 품목별 농산물 거래량과 거래금액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농산물 거래량은 약 159만t으로 지난해 152만t보다 5%가량 증가했지만, 거래금액은 2조4013억원으로 지난해 2조6694억원보다 10%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 농산팀 관계자는 “물량이 늘었는데 거래금액이 반대로 줄어드는 건 흔치 않은 경우”라며 “그만큼 올해는 농산물 가격 하락폭이 컸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품목별로 보면 거래량과 거래금액의 불균형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양파는 같은 기간 거래량이 14만9000t으로 지난해보다 약 20%가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거래금액은 73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6%나 감소했다. 또 당근은 거래량이 3만1000t으로 40%가 증가한 반면, 금액은 304억원으로 약 15%가 줄었다. 마늘·오이·고추·포도·매실 등도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늘었는데, 거래금액은 반대로 감소했다.
배추·무 등은 거래량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가격하락 탓에 거래금액은 상대적으로 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배추는 거래량이 10만t으로 지난해보다 15% 줄었지만, 거래금액은 367억원으로 반토막 수준까지 뒷걸음질쳤다. 무 거래량도 10만7000t으로 4%가량 줄어든 데 비해, 금액은 338억원으로 40%나 줄었다. 이밖에 파·양배추·밤 등도 거래량 변화에 비해 거래금액의 감소폭이 더 컸다.
사과·배 등 주요 과일 품목은 추석이 포함된 9월을 지나면서 이와 같은 불균형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가락시장의 한 도매법인이 9월 한달간 과일 거래동향을 분석한 결과,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4.6% 늘었으나 거래금액은 거꾸로 14.6%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도매법인의 경우엔 9월 한달간 과일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6% 줄어든 가운데, 거래금액은 25%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10월 이후에도 물량은 지난해보다 많고, 단가는 별 볼 일 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출하자나 유통인들 모두에게 힘겨운 시기”라고 안타까워했다.
한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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