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도입하는 ‘농작업 안전관리자’가 본격 개시되기도 전에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예산 부족으로 전국에 40명이 고작 6개월만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농작업 안전사고 예방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농가 맞춤형 안전관리가 이뤄지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13일 경기·충남·경북·경남도 등 4곳 도농업기술원과 협력해 2025년 농작업 안전관리자 공모에 들어갔다. 모집규모는 이지역 20곳 시·군에서 2명씩 40명이다. 구체적으로는 경기 용인·평택·광주·여주·양평을 비롯해 충남 천안·아산·보령·당진·금산, 경북 영천·상주·경산·예천·영양, 경남 진주·밀양·양산·함안·함양에서 4월부터 활동한다.
농작업 안전관리자는 농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질병·부상·사망 등의 안전사고와 재해 위험을 사전에 점검·조치해 농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농작업 안전사고 발생이 빈번해지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월 확대 시행되면서 올해 신규 도입한 제도다. 농진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농촌 현장에선 매일 150명이 농작업 중 죽거나 다쳤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9억4000만원만 반영됐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하는 데 최종 실패하면서 현장에선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았다.
최근 본지가 확인한 결과 예산 부족에 따른 문제가 생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치 지역으로 확정한 곳에선 배정받은 예산으론 6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해당 도농기원이 누리집에 내건 응시 자격을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안전·보건 관리 실무 경력 2년 이상 보유자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감독자 실무 경력 1년 이상 보유자 ▲산업안전지도사·산업보건지도사 등 안전관리 관련 자격증 보유자 중 해당 요건을 하나 이상 충족하면 된다.
요구하는 자격에 비해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다보니 적임자를 제대로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나오는 것이다. 급기야 농진청은 최근 모집자 연령 제한을 없앴다.
농작업 안전관리자 자체에 대한 홍보도 부족한 상황이다. 모집 공고에 주요 업무가 소개돼 있지만 그간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하지 않던 서비스이다보니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경북 경산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이윤도씨(65)는 “농작업 안전관리자가 도입된다는 말은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농민은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례가 많은 만큼 영농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부당한 피해를 당하지 않게 (이들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올해 편성된 예산규모는 국비·지방비 각 50%를 합쳐 모두 18억8000만원”이라면서 “지난해 전국적으로 농민 안전관리를 도울 수 있는 규모로 예산을 요구했지만 예산당국과 논의 과정에서 절반 수준만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민 안전관리자가 더 많은 지역에서 연중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추경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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