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 등 영향, 11배 급증
기후변화로 생산량 크게 줄어
국산 물량 소비기반 약화 우려
농민신문 서효상 기자 2025. 1. 16
지난해 신선무 수입량이 전년 대비 11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외국산 신선무 할당관세 적용 기간을 4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농가들은 과도한 수입 증가는 국산 물량 소비기반을 약화시켜 국내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무 수입량 11배 급증…12년 만에 최대치=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1∼12월 수입한 외국산 신선무는 1만4871t으로 집계됐다. 2023년(1307t)과 견줘 11.4배 급증한 것으로 2012년(1만6933t)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다.
수입량 급증은 국내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값 상승과 정부의 할당관세 적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지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진 이상고온과 늦가을(10∼11월) 폭우 등으로 2024∼2025년산 겨울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말 내놓은 ‘12월 엽근채소 관측’을 보면 겨울무 생산량은 31만9895t으로 전망된다. 전년(35만4020t)보다 9.6%, 평년(37만8890t)보다 15.6% 감소했다.
농가 체감 감소폭은 더 크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겨울무를 재배하는 박일식씨는 “보통 1월엔 3.3㎡(1평)당 20㎏들이 한상자가 나오는데 올해는 10㎏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마저도 크기가 작고 품위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시세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5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무는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2만7749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평균(1만63원)과 비교해 175.8%, 평년(1만2186원)과 비교해 127.7% 높다.
◆정부, “수입 무 할당관세 4월까지 연장”…농가, “물가 잡으려다 생산기반 무너질 판”= 값이 치솟았지만 농가 표정은 밝지 않다. 가격 상승폭보다 생산량 감소폭이 더 크다보니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게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무 공급 부족에 대비한다며 지난해 말까지던 무 할당관세 적용기한을 4월까지 늘리기로 하면서 농가들은 더 큰 허탈감에 빠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설 성수품 수급안정대책’을 통해 무 할당관세(0%) 기간을 4월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제주는 국내 최대 겨울무 주산지인데 최근 5년 연속 과잉생산되면서 농가와 산지 유통인들은 계속된 적자로 빚더미에 앉은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빚만 쌓이다가 올해 들어서야 무값이 겨우 올라온 건데 이걸 못 참고 수입량을 늘리겠다고 하니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본지가 가락시장 연평균 경락값을 분석한 결과 무 시세는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2019∼2023년 5년간 평균 1만2678원에 거래됐다. 특히 2021년에는 9885원으로 1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에만 1만8144원으로 반짝 올랐다. 정부의 수입 무 반입 독려책은 국내 봄작기 수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2024∼2025년산 겨울무 계약재배 물량 가운데 올 1월 중순까지 출하된 양은 전체의 20%가량이다. 산지에선 2월 이후 날씨가 따뜻해지면 생육이 회복돼 출하량이 점차 늘 것으로 본다. 또한 일부 지역에선 겨울무 시세의 고공행진으로 봄무 재배로 전환하겠다는 농가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우바이오 관계자는 “겨울무 시세가 높아 봄무 파종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종자 확보량을 늘렸다”고 했다.
김철규 한국무배추생산자연합회장(전남 해남 문내농협 조합장)은 “외국산 무는 치킨무나 김칫소 등 가공용 수요가 많은데,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수입 무가 가정 식탁도 점령해 국산 무의 자리를 빼앗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량 감소 원인인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수입량만 늘리는 것으로는 농산물 수급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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