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은 제조원가 높여
농약·종자 등 판매가 인상 불가피
가격 뛴 요소, 구하기도 힘들어
상토는 생산량 자체 줄일 듯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최영진·이현우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치솟은 환율로 인해 작물보호제, 비료, 종자, 상토 등 농산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원자재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으로 달러화 대금 결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등 농가들의 농자재 구입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농약 원제는 수입의존도가 2023년 기준 85.2%로 매우 높아 고환율 여파는 바로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물보호제업체 한 관계자는 “단기간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에 대응해선 사실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환율 상승은 고스란히 제조원가를 높이게 되는데 회사 자체적으로 일정 부분 상승분을 흡수하지만 결과적으론 농약 판매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모 비료업체 팀장은 “치솟고 있는 환율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 상황에선 기준 환율을 1450원까지 올리고 싶다”며 “요소가격이 톤당 410~420달러까지 올랐다. 가격은 뛰는데 원료도 구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농약과 비료업계는 단기간의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원부자재 비용이 가중된 상황에서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계통구매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업체들은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농협경제지주는 전년 대비 가격 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산업체 관계자들은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각종 부자재, 인건비 등이 모두 높아졌다. 특히 최근의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이 원가 상승의 주요인”이라며 “농협 가격이 시중 판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만큼 업체들의 입장을 최대한 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농약, 비료 등 주요 자재의 업체 요구가격과 우리가 책정하려는 가격차가 크다”며 “농협계통구매 가격을 올리면 당장 농가 구입비 부담으로 전가된다. 전년도 수준의 가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자업계는 원화 약세가 장기화 될 경우 위탁 채종 비용이 비싼 품목의 경우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종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고추와 같은 품목들은 단가 상승이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예단하기 어렵지만 대단위 면적에서 재배돼 위탁 채종 평당 가격이 좀 더 비싼 양파, 무 등은 최소 5% 정도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토업계는 판매가격을 인상하지 못할 경우 생산량 자체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토업계 한 관계자는 “12월 말 농협 측에 공급 계약 시 상토 단가 인상을 요청했는데,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업체들로선 상토 생산량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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