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불통 운영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한두봉 농경연 원장이 2023년 4월에 취임한 뒤 독단적인 경영으로 연구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2023년 기관평가에서 C등급을 맞은 데 이어 지난해 7월 농경연 선임연구위원들이 앞장서 내부게시판을 통해 한 원장에게 투명하고 소통하는 경영을 제안하는 공개건의서를 보냈지만 이후에도 한 원장의 경영방식에는 변화가 없어 농경연 구성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7월 뜻이 맞는 선임연구위원들은 농경연 인터넷 내부게시판을 통해 ‘농경연을 걱정하는 선임연구원 모임’ 명의로 △연구원 설립목적에 맞는 경영 △경영의 투명성·계획성·일관성 제고 △직원 역량을 극대화하는 인사 △직원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골자로 공개건의서를 한 원장에게 전달했다.
당시 공개건의에 참여한 A 연구원은 “한 원장이 취임한 지 1년이 된 시점에서 전에 없던 인사조치, 본인 인맥의 활용, 보여주기식 소통행사 등에 불만이 많은 상황이었다”며 “게다가 경제·인문사회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총괄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인사연)에서 시행한 국책연구소 평가에서 항상 최우수 아니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던 농경연이 C등급으로 꼴찌를 해 불만이 확인됐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개건의 후 한 원장은 선임연구위원을 포함해 직급별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아직까지 변한 건 없었고 오히려 내부게시판에서 한 원장에 대한 불만글이 올라오면 작성자를 색출하거나 회의석상에서 모욕을 주는 등 내부 소통과 조직문화가 더 파괴됐다는 게 내부 구성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농경연의 한 직원은 한 원장을 ‘갑질’로 신고, 노동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경연의 B 연구원은 “조직 내 직원들의 기관장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봐야한다”며 “최근 조직진단 관련해 실시한 전 직원 설문조사에서 5점 만점에 1점 후반대에서 2점 나오고 원장과 관련한 항목의 점수가 제일 낮았다”고 내부분위기를 전했다.
농경연 연구원들은 한 원장이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이 제일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A 연구원은 “대학에서 오래 생활해서 그런지 큰 조직에 대한 조직윤리, 조직경영에 대한 생각은 물론 우리나라 농업·농촌·식품 정책을 시행하는 기관에 걸맞은 마인드나 윤리의식 등이 부족하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B 연구원도 “우리 모두 직장인인데 대학원생 다루듯이 하면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게 정말 중요한데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분에서 오는 불만이 제일 많은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한 원장은 “공개건의서 논란은 이미 지난해 이야기이며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조직개편과 인사발령도 문제없이 원만하게 실시해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한 원장의 비상식적인 운영과 그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10월 7일 국정감사 때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실 산하 경인사연 국감에서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 대전 유성구갑)은 한 원장의 논문 저자 끼워넣기 의혹을 폭로하면서 직장 익명게시판에 작성된 불만사항들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원장은 “처음에는 논문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학술적 기여도가 있는데 참여하지 않는 것은 연구윤리에 위반되는 것이라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여당인 유영하 의원(국민의힘, 대구 달서구갑)도 “적절한 변명이라고 보지 않으며 학자적 양심으로서 본인이 공저자로 등재되는게 적절한지는 아마 본인께서 더 잘 판단할거라 믿는다”며 “지금 누구보다 상처받은 게 연구원의 직원들”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논문 저자 끼워넣기 의혹에 대해선 경인사연 윤리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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