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형 공동영농’에 도전한 경북 영덕 달산지구 백성규 대표(맨 왼쪽)와 농가들이 9일 양파를 식재한 밭에서 공동영농사업 성공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영덕 달산면 30농가 주주 참여
배추 배당금 평당 3000원 지급
도, 2026까지 30곳 확대 추진
농민신문 영덕=유건연 기자 2025. 1. 14
급속한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던 산골 오지마을이 부촌을 꿈꾸며 변화의 몸짓을 시작했다.
전체 주민이 1000여명 남짓한 경북 영덕군 달산면은 대부분의 농촌처럼 평균 연령이 70세에 가까운 초고령화 지역이다. 주민들은 논밭이 있지만 대부분 빌려주거나 아주 작은 땅에서 근근이 농사를 이어간다. 대부분 벼농사 위주다.
적막했던 농촌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지난해 6월. 경북도가 추진하는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을 시작하면서다. ‘경북형 공동영농 모델’로 불리는 이 사업은 영농조합법인을 중심으로 땅을 가진 농가가 주주로 참여하고, 농작물 재배와 경영은 법인에 일임한다. 법인은 참여농가 농지를 활용해 콩·배추·밀·양파·감자 등 다양한 작물을 이모작하고, 발생한 수익은 배당 형태로 농가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농가들은 직접 영농활동에도 동참해 그에 따른 인건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주민들은 10여년 전 설립한 팔각산친환경절임배추영농조합법인(대표 백성규)을 중심으로 30농가가 똘똘 뭉쳐 15㏊ 농지에서 가을배추를 시작으로 이모작 공동영농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12월25일 마치 성탄절 선물처럼 첫 배당이 이뤄졌다.
가을배추 생산에 참여한 28농가가 대상이었다. 첫 배당금은 3.3㎡(1평)당 3000원. 농가별 배당금은 최대 1800만원에서 적게는 73만원으로 다양했다.
6611㎡(2000평) 규모로 공동영농에 참여해 600여만원을 배당받은 장영왕씨(79·용전리)는 “기존엔 벼농사를 지었고, 나이가 들면서 그마저도 빌려주고 임대료만 조금 받았다”면서 “은퇴할 나이에 공동영농에 참여해 배당금을 두둑이 받으니 정말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배당금 1800만원을 받은 김종철씨(70·인곡리)는 “농사일은 법인에서 도맡아 하니 편하고, 무엇보다 벼 단작 때보다 수익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달산지구 공동영농에 참여하는 최고령 농가는 92세 어르신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백성규 대표(62)가 있다. 백 대표는 활력을 잃어가는 농촌에 희망을 찾기 위해 ‘경북형 공동영농’에 관심을 가졌고, 10여차례 설명회를 개최하며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농가들이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농가들과 힘을 모아 배추 수확을 마쳤고, 절임배추 가공으로 수익을 올려 첫 배당을 했다”고 말했다.
달산지구는 이제 더 큰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가을배추에 이어 6㏊에 양파를 재배한다. 3월부턴 15㏊에 봄배추를 심을 예정이다. 안정적인 배추 모종 공급을 위해 경북도 지원으로 육묘장을 신축하고 있다. 봄배추 수출로 판로를 다각화하고 절임배추 가공 시설을 확충해 고부가가치화로 수익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성욱 팔각산영농법인 부장은 “첫 배당 이후 공동영농에 관심을 갖고 참여를 희망하는 농가가 늘었다”면서 “현재 21㏊ 정도인 공동영농 면적을 조금씩 확대하고, 이모작 작물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정적인 농가 배당에 대한 부담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갈수록 이상기후가 심화하는 데다 가격 등락이 심한 농산물 특성 때문이다.
한편 경북도는 올해 ‘경북형 공동영농’ 지구 14곳을 육성하고 2026년까지 모두 30곳으로 확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경북형 공동영농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농민신문] “옷도 차도 안 산다” 소비심리 꽁꽁…21년만에 소매판매액 최대 감소 
[농민신문] “설 비상대응체계 가동”…aT, 긴급 대책회의서 물가안정 대책 점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