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오현승씨(오른쪽)가 이웃농가 이영민씨와 출하가 지연되는 딸기를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다.
작년 폭염 등으로 모종 생육부진
수확 시기 늦어 성수기 특수 놓쳐
보식비 등 비용 증가로 소득 감소
소비 촉진 캠페인 등 지원 절실
농민신문 청주=황송민, 담양·보성=장재혁, 논산=김민지 기자 2025. 1. 13
“이상고온 현상으로 딸기농사 짓기가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서 6600㎡(2000평) 규모의 딸기농사를 짓는 오현승씨(46)는 딸기의 생육 상태를 살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같으면 끝났어야 할 1화방 수확이 지금까지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딸기 1화방 수확은 보통 11월 하순에 시작해 이듬해 1월 중순까지 이어진다”며 “이때가 성탄절과 연말연시 수요가 많고 가격도 좋은 시기여서 한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데 올해는 성수기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초겨울까지 이어진 이상고온 탓에 첫 출하가 약 한달가량 지연되고 수확량마저 감소했기 때문이다.
딸기농가들이 지난해 초겨울까지 이어졌던 이상고온 여파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가을 기록적인 폭염으로 힘들여 키운 모종이 고사하는 피해를 입었는데 이후에도 고온이 지속되면서 생육까지 저조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육 지연으로 출하 시기도 지연되면서 전체적인 작기가 엉망이 돼 추가적인 피해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농가들은 경영비 부담이 증가하고 전체적인 소득이 감소하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4.5℃로 평년보다 약 2℃가량 높았고 30℃를 웃도는 폭염이 9월까지 이어졌다.
이영민씨(45·가덕면)는 “지난해 5월부터 기른 모종을 9월초 아주심기(정식)를 했는데 폭염이 지속되면서 시설하우스 내 모종의 30% 이상이 탄저병과 시듦병 피해를 봤다”며 “죽은 모종을 교체하기 위해 인건비와 모종 구입비가 추가로 투입되면서 영농 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작기도 전체적으로 늦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들어 잦은 눈 등 흐린 날이 많은 것도 생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남 담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 따르면 이번 작기 1화방(2024년 11월∼2025년 1월 첫째주) 딸기 출하량은 172t으로 1년 전 같은 기간(209t)에 비해 17.7% 줄었다.
송정기 담양농협 상무는 “아주심기 시기였던 지난해 9월 기온이 높아 모종이 많이 죽었고 메워심기(보식)를 했지만 결국 수확량이 줄었다”며 “1월 들어 흐리고 눈이 오는 날이 이어진 것도 수확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윤완근 충남 논산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과장도 “최근에도 눈이 내리는 등 일조량이 감소해 생육이 지연되고 있다”며 “설 코앞인 1월 하순 출하량은 화방 교체기와 겹쳐 평년보다 30%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육 지연은 수확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성출하기와 성수기가 엇갈리는 상황도 벌어졌다. 농가들은 대부분 연말연시 성수기에 맞춰 1화방 딸기를 수확·출하하고 2화방을 설 대목에 출하하도록 작기를 조절한다. 그런데 올해는 수확 시기가 어긋나버린 것이다.
최승복 충남 논산 광석농협 APC 센터장은 “원래 화방 교체기에는 출하량이 줄고 당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2화방 물량을 명절 대목장에 맞춰 수확하는 게 유리하다”면서 “그런데 올해 이상고온으로 1화방 아주심기가 보름 정도 늦어져 화방 교체기와 설 대목이 맞물릴 것”이라 우려했다.
반광현 가덕면 딸기작목반장(55)도 “연말과 설 연휴 사이에는 소비가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시기에 1화방 딸기의 출하가 계속되면서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농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들은 채산성 악화를 걱정한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2644㎡(800평) 규모로 딸기농사를 짓는 김장원 척령딸기공선회장(67)은 “메워심기 등으로 작업량은 늘었는데 인건비는 올라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동규씨(59·가덕면)는 “보통 6화방까지 수확해 4∼5월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지만, 올해는 아주심기 지연으로 4화방 정도에서 수확을 끝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정국 경색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까지 겹쳐 딸기농가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반 반장은 “케이크·주스 같은 디저트업체의 주문량이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어 소비 침체를 온몸으로 체감한다”며 “설 대목에라도 딸기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소비 촉진 캠페인 등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농민신문] 국민 반찬 ‘김’ 너마저…한장당 150원 돌파 
[농민신문] 주 1회 유연근무 허용한 사업주에 근로자 1인당 월 60만원 장려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