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자급률 목표치 55.5%
2027년과 동일…사실상 후퇴
농지 보전 소홀로 규모 감소세
국정과제 달성 의지 부족 비판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1. 12
"식량자급률 2022년까지 55.4% 달성→2027년까지 55.5%→2029년까지 55.5%."
정부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사실상 하향 조정하면서 ‘자급률 제고’라는 국정과제 달성에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목표치가 유명무실하게 존재하는 가운데, 식량자급 보루인 농지규모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4 농림축산식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양곡연도) 식량자급률은 직전 연도(49.4%)보다 0.4%포인트 낮은 49.0%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줄곧 내리막을 걸으면서 한때 40%선 붕괴가 우려되던 식량자급률은 2021년 쌀 생산량 증가로 2022년 반짝 상승하더니 2023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쌀(104.8%→99.1%)·보리쌀(29.8%→25.4%)·서류(103.1%→102.5%) 등이 이런 결과에 영향을 줬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도 2023년 22.2%로 전년(22.3%)보다 0.1%포인트 내려갔다.
‘기초 식량 중심의 자급률 제고’가 지켜지지 못하는 셈인데 이를 두고 정부의 의지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정부 의지를 반영하는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오락가락하면서 이런 비판에 힘이 실린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을 통해 2029년까지 식량자급률 55.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계획보다 후퇴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2022년말 내놓은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선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 55.5%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듬해 발표한 ‘2023∼202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농발계획)’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목표치를 2년 미룬 이유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지면적 감소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득력을 얻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식량자급의 핵심인 농지 보전을 소홀히 해놓고, 이를 이유로 농정의 최상위 기본계획인 농발계획상의 목표치마저 뒤바꿨다는 점에서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지 감소를 예상하지 못하고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세웠다가 슬그머니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새 목표치 역시 달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농지면적 유지를 위한 큰 그림과 세부 정책 수단이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농지면적은 2022년보다 1만6000㏊ 줄어든 151만2145㏊로 나타났다. 건물건축(5535㏊)·공공시설(2286㏊) 등에 농지가 활용된 결과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가 앞선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서 식량안보를 위해 유지하겠다고 밝힌 150만㏊ 붕괴도 가시권에 왔다.
그동안도 정부는 농지 감소 등에 따른 식량자급률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이때마다 ‘화살이 안 맞으니 과녁을 옮기는 식’으로 자급률 목표치를 조정해 대응해왔다. 2011년 식량자급률을 2015년까지 57%, 2020년까지 60%로 높이겠다던 정부는 2013년 이런 목표를 각각 2년 뒤로 미뤘다가 2018년에는 2022년까지 55.4%를 달성하겠다면서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식량자급률과 농지 보전 목표가 선언에 그칠 뿐 정책 수단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정부의 식량안보 구상을 헛구호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용어설명] 곡물자급률
쌀·보리·밀·옥수수·콩·서류 등 양곡의 국내 수요 중 국내 생산으로 충당되는 비율을 뜻한다. 여기에는 사료용 수요도 포함된다. 사료용을 제외한 수요 중 국내산으로 충당되는 비율은 식량자급률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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