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산물 가격하락은 생존권 문제
한국농정신문 2025. 1. 12
지난해 농민들을 힘들게 했던 여러가지 일 중 하나를 꼽는다면 가격문제를 들 수 있다.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리던 금사과, 금배추란 표현은 농민에게 큰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언론은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농산물을 몰아세웠고, 농산물 가격이 반등할 때마다 호들갑스럽게 다뤘다. 하지만, 반대로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농산물값은 그 어떤 재화보다도 가격 변동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본질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하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 금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재 금은 1g에 13만원을 오가며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금값과 달리 농산물값이 하락한다는 것은 농민 생존권과 깊이 관련돼 있어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농산물 가격 형성은 정부 당국에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농민들은 기본적으로 맛있고 품질 좋은 최상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농민들은 애써 재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기 위해 농협, 상인, 직매장 등 판로개척에 심혈을 기울인다. 전체 유통경로 중에서도 가장 많은 물량이 취급되는 곳은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공영도매시장에서 취급하는 농산물의 취급물량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유통경로와 비교했을 때 가장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매로 결정되는 가격이 기준가격이 되고 있다.
지난해처럼 이상기후가 빈번해 다양한 농업재해가 발생한 해는 작물 수확량이 월등히 떨어진다.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 자체가 줄어들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금배추가 돼도 농가수취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농민들 손을 떠난 이후 유통과정에서 최종 소비자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값이 상승하면 농민이 마치 억대 부자가 되는 것처럼 포장된다. 실제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영농환경은 과거보다 더 힘들어지고 불확실성도 더욱 커졌다. 작황은 좋지 않고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정상품 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수확량이 줄면 판매할 수 있는 양 자체도 줄어들기 때문에 수입보다 비료대, 농약대, 종자대 등 각종 농자재비 상승으로 나가는 비용이 더 많다.
생산량 감소, 가격 하락으로 농업소득은 거의 멈춰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해 물가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입농산물 증가는 결국에 농가소득 하락으로 이어진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생산비도 나오지 않는 가격에 팔아야만 하는 농민들의 사정을 더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뤄져야지 땀 흘려 일한 농민의 가치를 짓밟는 방법이 돼서는 안 된다. 무관세 수입농산물 증가는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좀먹을 뿐이다. 농민 없는 농업을 꿈꾸는 게 아니라면 농민 생존권에 필수인 농산물 가격보장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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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사설] 농산물 공정가격제 도입해야 
[한국농정신문] 언론이 절대 주목하지 않는 가격 하락 농산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