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협동조합, 산지유통인으로 구성된 생산자 단체로서 엽근채류(배추·무·양배추 등)를 연중 생산하여 전국의 33개 공영도매시장과 가공업체에 출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부터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바람에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확한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출하한들 생산원가는커녕 유통비용조차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금년에만 4명의 회원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국내 배추 생산량의 40%를 중국산 수입김치가 꿰차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농업인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우리의 생업 터전인 농업ㆍ농촌이 붕괴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하고 있는 터에, 우리의 최대 거래처인 가락시장 대아청과가 투기 자본에 매각되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참담한 마음에 이 글을 적어 봅니다.
제가 아는 대아청과는 자본금 50억의 채소류 전문법인으로 무ㆍ배추ㆍ양배추가 중심입니다.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 물동량의 절반 가까이 취급하고 있으며, 가락시장(6개 법인) 물동량의 80%가 넘는 점유율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익구조를 보면 위탁수수료는 6~7%로서 가락시장 6개법인 중 최고 높아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반면, 출하자에게 주는 장려금은 0.45%로 6개법인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10년간(직전년도 포함) 대아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330억으로 년 평균 33억원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보여 왔습니다. 게다가 우리를 더욱 경악시킨 것은 대아청과의 자본금이 50억인데 농산물 경험도 없는 호반그룹이 자본금의 11배가 넘는 564억을 주고 매수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요즘 대아청과는 호반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대표이사를 포함 현장의 영업이사들은 출근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현장관리 및 고객서비스가 제대로 작동 되겠습니까? 지금도 출하자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대아 입장에선 소비촉진을 위해 노력하고 고품질 안전 농산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산지관리와 지도를 통해 생산자의 수취가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 생산자가 보낸 농산물만 팔아 수수료 이득만 챙기고 있으니 농민들이 욕하는 것입니다.
모름지기 공영도매시장에서 청과법인의 역할은 생산자가 위탁한 농산물을 최소한의 수수료만 받고 보다 좋은 조건으로 판매하는 일일 것입니다. 수익을 우선하기 보다는 공공성과 사명감이 충만하고 농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대아에서는 농산물을 경매하면서 20kg 무 1박스(8~13개), 양배추 1망(3포기), 배추 1망(3포기)에 단돈 100원, 500원, 700원에 낙찰시켰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해야 합니까? 제가 대표자라면 손실보전 처리를 해서라도 가격을 지지하는 노력을 했을 겁니다. 충당금은 수십억씩 쌓아놓고 있으면서 정작 보상에는 궁색합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산지에서 농산물을 싣고 대아에 상장을 하면 경매가 되지 않고 불락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농산물이 5톤 트럭으로 하루 30대가 넘게 방치되고 있다면 어찌 해야 합니까? 그것도 제대로 된 건물도 아닌 비가림 시설만으로 만들어진 채소 경매장 안의 온도가 섭씨 30℃가 넘는 이 무더운 삼복더위에 농산물이 부패하지 않도록 식혀줄 대형 선풍기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고 농산물을 팔고 있으니 너무나 답답합니다. 그저 농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본인들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거래되었던 도매법인의 판매원표를 살펴보면 제가 한 말에 대해 이해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정부와 개설자가 돈을 들여 공영도매시장을 건설하여 도매법인에게 임대를 해 주었더니 출하자는 뒷전이고 법인을 사고파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농산물과 전혀 관련이 없는 투기성 자본들이 몰리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우선, 수익률이 높고 거래가 모두 현금 자산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농산물을 돈을 주고 매입을 합니까? 가공을 합니까? 경매장 건물을 짓기를 합니까? 재고에 대한 부담이 있습니까? 전혀 없다는 거겠지요. 우리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입니다. 증권사처럼 중개 수수료를 받는 형태인데 그 수익률이 높다보니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투기성 자본이 호시탐탐 군침을 흘리면서 단기적 이익에 함몰되어 도매법인 인수를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하고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큰 돈을 주고 산 매수자는 과연 출하자에게 인수 때보다 더 나은 베네핏(benefit)을 줄 수 있겠습니까? 절대 아니지요. 지금 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수수료는 자꾸 올릴 수밖에 없고 장려금은 적게 주고 출하자에 대한 손실보전 내지는 산지개발과 선도금 그리고 소비지 마케팅 등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악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쥐어짜겠지요. 이제부터라도 수수료를 낮추고 농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합니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도매시장의 주인공은 농업인들이며, 그 진정한 가치는 365일 밤잠을 못 이루고 극한의 상황에서 피땀 흘려 생산하여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국민에게 보급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필자는 도매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과감히 제거하여 농업인들이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다음과 같이 제도 개선을 정부에 청원 합니다.
□ 다 음 □
* 첫째, 대아청과의 매각을 반대하며, 현행 지급하고 있는 6~7% 상장수수료를 종전 4%로 인하를 요청합니다.
현재 매매 계약이 체결된 대아청과는 현장을 관리하는 영업이사들의 출근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업무태만과 관리소홀로 출하된 농산물의 가격지지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아청과의 상장수수료 인상은 15년 전 대아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수수료 2% 인상 요구와 함께 경영 여건이 개선되면 조정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다보니 출하자들은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동의를 해 준적이 있었으나 한 번 올라간 수수료는 한 번도 조정된 사실이 없었습니다.
사실, 대아청과는 지난 10년간 330억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보면서 한 해에 적게는 11억부터 많게는 79억까지 이익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과도하게 인상된 수수료 징수요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타 법인과 같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농업에 대한 애정과 산지 및 도매시장의 특수성을 모르고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는 투기성자본에 의한 대아청과의 매각을 반대합니다.
* 둘째. 출하장려금(0.45%)을 판매장려금과 같은 0.75% 수준으로 인상을 요구합니다.
시 조례에 의하면, 도매법인의 출하장려금은 위탁수수료 수입의 최대 15%까지 지급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아청과는 가락시장에서 가장 높은 위탁수수료를 징수하면서도 출하장려금은 6개 법인 중 가장 낮은 5.1%(‘16년 기준)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탁수수료 인상으로 촉발된 중도매인의 판매장려금 0.75%(0.3% 인상)는 차제하더라도 출하자가 받고 있는 출하장려금 또한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중도매인과 같은 0.75% 수준으로 인상되어야 합니다.
* 셋째. 중도매인 충원 및 규모화를 요구합니다.
경매제도의 기본 취지는 중도매인 간 경쟁을 통해 가격을 지지하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채소류 중도매인 숫자가 개장 당시보다 1/3로 줄어 도매시장 고유기능인 분산기능이 현저히 위축되어 있는데도 중도매인 모집을 하지 않고 있어 수취가격을 제고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도매시장의 고유기능인 분산능력 제고를 위해 규모화와 더불어 중도매인의 숫자를 지금보다 2배 이상 충원하고 중도매인의 월간 최저거래금액도 상향 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 넷째. 전문적인 경매사 양성 및 충원을 요구합니다.
경매사는 상품을 감정하고 농업인과 직접 교감하며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경매사수를 늘리고 전문적인 경매사를 양성하여 산지와 소비지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또한 도매시장의 가격 급등락 완화를 위하여 정가수의거래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적정가격 유지를 통해 생산자 및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 오다 도매시장 동경청과의 경우에는 중도매인 숫자보다 경매사 숫자가 훨씬 많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주산지에 전문 경매사를 파견하여 농산물의 품질관리와 소비지 마케팅을 이끌어갈 경매사의 양성과 충원이 필요합니다.
* 다섯째. 파레타이징 농산물의 하역비는 도매법인이 부담하여야 합니다.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볍률(“일명 농안법) 제40조(하역업무)②에 의하면 개설자가 업무규정으로 정하는 규격출하품에 대한 표준하역비는 도매법인이 부담한다. 라고 되어 있는데도 출하자에게 하역비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법 취지대로 도매법인이 부담하여야 합니다. 법인이 하역비용의 주체가 된다면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하역기계화는 급진전 될 것입니다.
* 여섯째. 정부가 출연한 공익적인 정산소 개설을 요구합니다.
농안법에 의하면 중도매인의 소속제도는 없어졌으나 시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청과법인의 과도한 이익을 견제하고 농산물 가격 등락폭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물량이 많이 들어온 법인이 있다면 그 쪽으로 중도매인이 몰릴 것입니다. 법인에서는 물량 확보를 위하여 출하자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익정산소를 빨리 세워 법 취지에 맞게 정상화 시켜야 합니다.
* 일곱 번째, 무,배추,양배추 등 독과점 폐해 및 가격폭락 방지를 위한 상장예외 도입을 요구합니다.
지금처럼 경매만 있는 제도 하에서는 물량 과잉이 오면 가격이 한 없이 떨어지고 물량부족이 있으면 한 없이 가격이 오르는 구조 입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장예외 제도를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장예외제도의 최대 장점은 언제라도 입하 즉시 신선한 상태에서 판매가 가능한 것이 장점입니다. 아울러 독과점에서 오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방지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여덟 번째, 도매시장법인 인수, 합병 제도 개선을 요구합니다.
도매시장으로 출하되고 있는 농산물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산지와 소비지 사이에서 수십 년 간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없으면 농산물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도매법인 인수·합병으로 막대한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도매시장이 운영이 된다면 앞으로 농업인들은 큰 피해에 직면할 것이며 나아가 농업 근간이 무너져 대한민국 국민의 식탁 물가에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따라서 도매법인의 공익적 기능을 토대로 법인의 인수자격 기준을 정하고 심사 제도를 통해 매매차익을 겨냥한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이 인수되는 일이 없도록 엄격히 제한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아홉 번째, 2% 과다 인상 된 상장수수료로 15년 동안 취득한 영업이익 모두 환원을 요구 합니다.
요즘 도매법인들은 출하자의 권익보호와 서비스 향상은 뒷전으로 하고 주주들의 배만 채우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더 이상 발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매매된 대아청과만 보더라도 지난 15년간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따라서 출하자가 수수료를 올려주었던 만큼 출하자가 다시 내려 달라고 하는데도 해당 법인은 끔쩍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출하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제는 제도적으로 도매시장별 수수료의 적정 수익률에 대해 도매법인의 평가 조항에 반드시 반영시켜 줄 것을 요청합니다. 아울러 지난 15년 동안 타 법인보다 2% 수수료를 더 받아 이익을 취한 만큼 그 수익은 일정부분 출하자에게 다시 환원되어야 마땅하다고 사료됩니다.
끝으로 가락시장은 전국의 대표가격을 발견하는 아주 중요한 시장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중심 시장으로서 걸 맞는 역할과 의무를 다해 주길 기대하면서 우리는 시장 발전을 위해 제기되었던 고질적인 병폐들이 개선될 때 까지 싸워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힘찬 응원의 목소리를 기대합니다. 여러분들의 목소리는 농업ㆍ농촌ㆍ농민을 살리는 커다란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국민청원주소: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MDXXe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