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재배면적 줄었는데 가격도 약세…여름배추 농가 “더는 못짓겠다”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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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병해충 및 바이러스 피해 등으로 해마다 여름배추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고온까지 겹치면서 ‘하늘이 짓는다’는 여름배추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어렵게 키워 수확해도 시세가 뒷받침되지 못해서인데, 올해는 재배면적 자체가 줄어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는데도 여름배추 출하 초기 시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농가와 산지유통인 등 지난 5~6일 고랭지배추 주산지에서 만난 생산자들은 기대를 한참 밑도는 시세에 ‘앞으로 여름배추 농사는 못 짓겠다’면서도 비중이 높은 8월 중하순 이후 출하 물량 작황이 아직은 양호한 데 위안을 삼고 있다.

전국에서 재배하는 여름배추 대부분 ‘고랭지배추’로, 강원도 일대가 주산지다. ‘안반데기’로 유명한 강릉시 왕산면과 태백시 매봉산·귀네미 일원, 평창군과 정선군, 삼척시 하장면 등이 대표적인 고랭지배추 생산지인데, 7월 마지막 주부터 매봉산과 태백 기타 지역(창죽동 등), 평창군 일대 여름배추가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번 주부터 출하작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완전히 마무리하는 지역도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온과 가뭄, 태풍 등의 영향으로 8월에 온전한 배추를 수확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첫 수확시기를 8월 20일 전후로 잡아놓은 산지가 많기 때문이다.

곧 수확을 마무리하는 대표적인 고랭지배추 산지가 태백 매봉산 일대다. 매봉산에서 4만2900㎡(약 1만3000평) 규모의 고랭지배추를 생산·출하하는 세한농산의 신진환 부장은 “매봉산은 오랜 연작으로 토양 등 재배여건이 좋지 않고, 바이러스 피해도 심해 배추 심어서 9월까지 견디기가 어렵다”라며 “우리는 8월 20일경 수확하는 게 매봉산 마지막 물량”이라고 언급했다.

매봉산 일대 해발 1100m~1300m에 걸쳐 조성한 배추밭은 국내 대표적인 고랭지배추 생산단지로 꼽혀왔으나 점점 명성을 잃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연작으로 토양이 사막화되고, 병충해와 바이러스 확산에다 낮 기온이 30℃ 초반까지 올라가면서 148만5000㎡(약 45만평)에 달했던 배추 포전은 30만㎡(약 9만909평) 수준까지 줄었다. 신진환 부장은 “올해 매봉산에 정식한 배추는 바이러스 피해와 고온 등의 영향으로 절반 정도밖에 수확을 못 했다”라며 “예전에는 보통 배추밭 990㎡(300평)에서 한 트럭(10톤)분을 생산했는데 지금은 1980㎡(600평)에서도 트럭 한 대 채우기가 어렵다”고 상황을 전했다.

고랭지배추 생산이 어려워진 매봉산 포전은 양배추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매봉산의 여름양배추 재배면적은 70만㎡(약 21만2121평)로, 어느새 배추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태백 지역 배추 생산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원포 농약 종묘사의 박명복 대표는 “매봉산에서 재배하는 여름배추는 약제도 듣지 않을 정도로 고랭지배추 생산지로는 한계가 왔다”라며 “내년부터는 매봉산에 여름배추 작황을 보러 올 필요도 없을 것 같다”는 말로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올해 여름배추 재배면적이 전년 및 평년 대비 6%, 17.1% 감소한 약 3363ha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농가 등이 8월 수확 물량 재배를 기피해서인데, 다행히 생산단수(10a당 7655kg)가 전년과 평년보다 5.5%, 12% 증가해 생산량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소폭(0.9%) 줄어든 25만7000톤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멀쩡하던 배추가 불과 며칠 사이 망가지는 고랭지배추 특성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주산지에서 만난 출하자들도 8월 중하순부터 수확할 배추 상태는 양호한 걸로 평가하고 있다. 태백도 매봉산 외에 해발 900m~1000m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랭지배추 포전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태백 창죽동에서 3만3000㎡(약 1만평) 규모로 여름배추를 생산하는 박명순 씨는 “8월 첫 주 수확한 배추는 장맛비와 고온의 영향으로 20% 정도 손실이 발생했는데, 8월 중순 이후 출하할 배추 상태는 괜찮다”라며 “더 지켜봐야겠지만 배추 크기의 문제지 손실률은 10% 수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백 사십마지기(문곡동)에서 전국 최고 품질의 여름배추를 생산하는 농가 조용선 씨 포전에선 올해도 배추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조 씨는 “작년과 비교하면 5% 정도 손실이 발생할 것 같기는 하지만 태백도 올해 낮 기온이 30℃ 이상 올라가는 날이 꽤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작황은 양호한 편”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부진했던 강릉 안반데기도 올해 여름배추 생육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마 이후 잠시 가물었지만 이내 서늘한 기온으로 돌아서며 배추 생육에 적합한 환경이 갖춰졌다. 김시갑 강원도 무·배추 공동출하협의회장은 “7월 말, 8월 초에 서풍이 불며 고온이 이어지고 가물다 보니 지난해처럼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지 걱정했다”면서 “다행히 8월 3~4일쯤 바람의 방향이 동풍으로 바뀌어 밤 기온이 떨어지고 새벽안개도 내리면서 배추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안반데기의 배추는 오는 15일경부터 수확을 시작해 8월 20일 이후 출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봄부터 이어진 배추 가격 약세는 여름배추 출하 시기에도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7월 중순만 해도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3000~4000원대를 오가던 배추 평균 도매가격(10kg, 상품)은 8월 여름배추 수확량 감소기를 앞둔 7월 마지막 주부터 1만원대 초반까지 회복하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 전년·평년과는 4000원 정도 격차가 있다. 현장에 동행한 고행서 대아청과 부장은 “올해 여름배추 재배면적이 감소한 데다 8월 중하순 이후 수확하는 물량이 많아 당분간 산지 출하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봄배추 재고량이 상당해 시장 반입량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시세가 오르더라도 지난해 1만4000원대 수준까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농경연 분석도 마찬가지다. 여름배추 생산량은 소폭 감소가 예상되지만 시장에 출하할 수 있는 봄배추 저장량이 많고, 소비는 부진해 이달 배추 평균 도매가격(10kg, 상품)은 1만1000원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름배추 시세가 산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현장에선 농가 경영 악화로 재배면적 감소폭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정선 임계 지역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이재천 씨는 “이전에는 배추 농사에 비료, 석회, 간단한 살충제 정도만 치면 충분했지만 이젠 토양훈증제부터 선충약, 미생물제제 등 관리할 요소가 더 많아졌다”면서 “일부 지원이 있지만 생산비 부담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태백의 박명순 씨는 “배추 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약제 비용과 인건비, 운임비 상승을 고려하면 배추 한 망(10kg)에 7000원 이상은 나와야 본전”이라며 “상품 도매시세가 1만원대 초반을 형성하더라도 농가에서 출하하는 물량 전체가 상품 가격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 시세에선 실질적으로는 적자”라고 언급했다. 이어 “해마다 농가 등 여름배추 출하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생산기반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라며 “여름배추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비 보전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배추가격 안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농가, 생산자단체, 유통법인,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주산지협의체’ 논의를 거쳐 봄배추에 이어 여름배추도 시장격리를 결정했다. 시장격리 규모는 준고랭지 물량을 포함한 강원도 내 여름배추 3000톤 수준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2000톤을 먼저 시장격리 했고, 이어 1000톤은 시장격리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격리 참여 농가 지원 단가는 경영비와 생산비의 중간값인 3.3㎡(1평)당 5900원으로, 농가 자부담을 제외한 실질 지원금은 4750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여름배추 면적이 줄기는 했으나 작황이 양호해 저품위 여름배추를 중심으로 시장격리를 결정했다”라며 “당초 계획은 7월 말까지 격리를 마무리하는 것이었으나 일정이 조금 지연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어 “농가 생산비 보전의 경우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생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여름배추 재배에 사용하는 약제와 영양제, 멀칭필름 등 영농자재 보조(80%)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이두현 기자 woojs@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