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지시에도 시행 깜깜
농지 임차관계·소유자 확인 등
전국 단위 조사 행정체계 부담
예산 부족해 인력 보충도 제약
“추경 편성…목적·방향 정해야”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6. 3. 13
이재명 대통령이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 전수조사를 주문했는데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통령의 전격적인 지시에도 정부의 후속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은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농지 전수조사라는 혁명적 조치를 요구했는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오히려 느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전수조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시행에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국 단위 조사를 추진하기에는 행정 체계와 재정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계약서가 없는 농지의 임대차 관계 확인과 부재지주 증가에 따른 소유자 파악 등 조사 단계에서도 높은 장벽이 예상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는 예산이다. 농식품부는 농지대장 고도화 사업 과정에서 2023년 기준 약 18만㏊, 290만필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며 조사 인력 470명을 채용했다. 당시 농지 이용 실태조사의 기반이 되는 ‘농지이용관리지원 사업’에는 275억3900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올해 예산은 그 절반 수준인 139억4400만원에 불과하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충남지역의 농지 소유, 이용 실태조사 비용을 토대로 전국 단위 조사 비용을 1000억∼12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전수조사가 실현되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 이유다.
지방정부 역시 현재 인력 구조로는 전수조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A군 관계자는 “과거 농지대장 정비 과정에서도 읍·면·동에서 공무원 한명이 직불제 신청 등 여러 업무를 함께 맡으며 조사를 진행했다”며 “정부 지원으로 조사 인력을 보충했지만 예산 제약으로 한 조사원이 1만5000필지 정도를 담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B군 관계자는 “대도시 거주자가 농지를 상속받는 사례가 늘면서 마을 이장 등을 통해 실제 경작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며 “지역에서는 이를 단속을 위한 조사로 인식해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수조사 착수에 앞서 조사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1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모든 농지를 대상으로 무작정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뿐 아니라 단속과 처벌만을 목적으로 한 조사는 의미가 없다”며 “농업 현장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농지 관리 패러다임을 재설계하고 효율적인 농지 이용 관리 질서를 정립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견이 모이는 지점은 전수조사가 후계농 육성과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대목이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휴경상태인 농지가 어느 정도인지, 고령화로 향후 농지가 언제 유동화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해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토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도 “이번 조사로 청년농이 지역에 들어왔을 때 적합한 농지를 연결해줄 수 있는 기반 자료가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조사 방법과 관련해서는 현장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강 연구위원은 “외부인이나 행정기관이 주도해 조사에 나서면 주민들이 솔직하게 응하기 어렵다”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마을 단위 농지조사·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