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1일 정부합동 특별감사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도 사퇴 요구에는“동의하지 못한다”며 일축했다.
* 정부·여당은 지난 11일 농협개혁추진단 논의를 토대로 마련한 농협개혁안을 발표하고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제도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협 “우리가 고치겠다”… 선거·인사·내부통제 개선 제시
정부·여당 “지배구조 손봐야”… 감사 독립·선거제 개편 추진
농업인신문 방종필 기자 2026. 3. 13
정부합동 특별감사로 농협 내부의 금품수수와 횡령 의혹이 드러난 가운데 농협 개혁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조직 내부 개혁안을 내놓으며 ‘자율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별도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중심으로 놓고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별감사 결과, 수사의뢰 대상에 오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농협 개혁 논의는‘개혁의 주체’문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농협은 지난 10일 제4차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해 선거제도와 인사, 내부통제 전반을 개선하는 자체 개혁안을 잠정 정리하고, 다음날 국회 농해수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내놨다.
농협의 개혁안에는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정책토론회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의무화하고 선거비용 보전 제도를 도입해‘돈 안 쓰는 선거’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또한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제한 기간을 강화해 이른바‘회전문 인사’를 차단하고, 범농협 차원의 준법감시위원회를 신설해 윤리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농협은 이를 “조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개혁 조치” 라고 설명했다. 최근 제기된 금권선거와 내부통제 부실 논란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농협개혁위원회 내부에서는 조합장 직선제와 이사회 호선제, 조합원 직선제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는 수준에 머물렀다.
농협개혁위원회는 오는 24일 제5차 회의에서 개혁 과제를 마무리하고 단계별 실행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정부와 여당은 보다 강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그동안 ‘농협개혁추진단’ 이 논의해 마련한, 농협 지배구조 개편과 외부 통제 강화를 핵심으로 한 농협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개혁방안에 따르면 우선 중앙회 내부 감사 기능을 분리해 별도의 특수법인 형태의 ‘농협감사위원회’ 를 신설하고, 중앙회·지주·자회사·회원조합까지 통합적으로 감사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위원장은 농식품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 감사 기능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농식품부의 지도·감독 권한을 지주회사와 자회사까지 확대하고, 금품수수나 횡령 등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임직원의 직무정지 근거를 마련하는 등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중앙회장 선거제도 개편도 추진한다. 현재 약 1천100명의 조합장이 선출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조합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약 204만 명의 조합원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 와 조합장·대의원·조합원 등이 참여하는 ‘선거인단제’ 가 함께 검토되고 있다.
농업계가 추구하는 농협개혁의 목적은 조합원 경제 활성화를 위한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이다. 농민 조합원이 출하하는 농산물을‘잘 팔아주는’공동조직으로 거듭나는게 본질이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일어나는 개혁 논쟁의 핵심은 중앙회장 선출 방식에 있다.
현재 선거 구조는 전국 조합장 1천여 명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조합장 네트워크 중심의 권력 구조가 형성되고 금품선거 논란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직선제를 주장하는 측은 농협이 농민 협동조합인 만큼 조합원인 204만 농민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강한 정당성을 확보한 중앙회장의 권력이 오히려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농업계에서는 조합원 직선제에 공감하면서도“직선으로 선출된 중앙회장이 ‘조합원의 선택’ 을 앞세워 권력을 집중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고민이 동시에 제기된다.
이 때문에 농협 관련 전문가들은 선거방식 논쟁을 넘어 농협의 권력 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농협은 중앙회장이 인사와 자금 배분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회원조합 지원 자금이나 사업 배분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정부합동 특별감사에서도 중앙회가 배분하는 무이자 지원자금이 특정 조합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농협 개혁의 핵심은 선거 방식 자체보다 권력 분산과 내부통제 강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 ‘개혁의 주체’ 논쟁 계속될 듯
논란의 또 다른 축은 강호동 중앙회장의 거취 문제다. 강 회장은 특별감사 결과와 관련해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업계와 정치권에서는“개혁 대상이 어떻게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협동조합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농협개혁 논쟁이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농협이 누구를 위한 조직이며, 누구의 통제를 받는 조직으로 바뀔 것인가’ 라는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