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김치, 저가 공세·현지화 가속…“김장문화와 품질로 차별화를” [K-푸드 김치 생존 보고서]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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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우리 농업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대표 전통식품이다.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열풍을 타고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김치의 인기’가 곧 ‘한국산 김치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현지 업체가 만든 ‘로컬 김치’가 시장을 넓히고 있고, 국내에서는 김치 소비 감소와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원료 수급불안도 풀어야 할 숙제다. ‘농민신문’은 김치은 대한민국김치협회장,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서혜영 세계김치연구소 산업혁신연구본부장, 김재욱 아림농산영농조합법인 이사,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농부이자 셰프인 강레오씨에게 한국 김치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농가와 김치산업이 함께 성장할 방안을 물었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에서 정작 김치 소비가 줄고 있다. 내수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박기환=1인가구 증가와 식생활 서구화, 쌀 소비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김치 소비 감소는 불가피한 추세다. 내수 기반을 지키려면 어릴 때부터 김치를 접하도록 하는 식생활 교육이 중요하다. 매운맛을 줄인 유아용 김치 개발과 학교급식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래세대의 소비기반을 다져야 한다.


▶서혜영=가구원수와 소비 목적에 따라 제품에 대한 수요도 다양해졌다. 배추김치 선호는 여전히 높지만 1∼2인가구를 중심으로 소포장 김치 수요가 늘었다. 덜 맵거나 찌개·볶음 요리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찾는다. 김치업계가 신제품을 개발할 때 주목해야 할 변화다.


▶김치은=식당가를 중심으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가 깊숙이 파고든 것도 국산 김치 소비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가격 차이가 크면 식당 운영자가 국산 김치를 선택하기 어렵다. 국산 농산물과 김치의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국산 김치 소비를 늘릴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케이푸드 열풍으로 김치의 인지도는 높아졌다. ‘한국산 김치’의 경쟁력도 그만큼 높아졌나.


▶문정훈=냉정하게 보면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산 김치의 실적은 아직 저조하다. 김치가 한국 음식이라는 인식은 있어도 한국에서 만든 김치가 현지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미국 홀푸드마켓에서도 한국산 김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로컬 브랜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김치 신제품 출시 데이터를 보더라도 해외 현지 브랜드가 현지에서 제조한 제품은 80개였지만 한국에서 제조해 수출한 제품은 30개였다.


▶서혜영=2025년 김치 수출액은 1억6442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수출 대상국도 102개국으로 늘었다. 하지만 수출 증가가 현지인의 일상적인 소비나 한국산 김치의 시장 장악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한인마트 중심으로 유통되고, 유럽에서는 김치를 맛본 소비자가 반복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과제다.


▶김치은=해외 현지 생산이 늘고 있지만 한국에서 직접 수출하는 김치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있다. 한국산 배추 품종을 해외에서 재배하더라도 기후와 토양 차이로 조직감 등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산 원료와 제품의 경쟁력을 적극 알려야 한다.


이상기후로 원료 가격과 품질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농가와 김치업체가 상생할 방안은.


▶박기환=해외 바이어와 약속한 물량을 지키는 것은 국가적 신뢰와도 연결된다. 수출업체와 농가간 계약재배를 활성화하고 봄배추 등을 비축할 저장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고랭지배추는 재배면적이 작아 민간 종자회사가 품종 개발을 꺼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내서성 품종 개발을 뒷받침해야 한다. 대체 재배적지를 찾고 저비용 장기 저장기술을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재욱=여름철에는 상품성 있는 포기배추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포기김치로 쓰기 어려운 배추라도 잘라 담그는 ‘맛김치’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수출용 김치도 맛김치 형태가 많다. ‘여름에는 맛김치를 먹는다’는 소비문화를 만들어 유통을 늘리는 것도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통성을 지키면서 해외 소비자의 입맛에도 맞춰야 한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꿔야 하나.


▶박기환=교민 중심인 수출시장을 현지인 중심으로 확대하려면 마케팅도 달라져야 한다. 밥이 주식이 아닌 서구권 소비자에게 우리처럼 김치를 반찬으로만 먹으라고 할 수는 없다. 비건 김치도 젓갈과 마늘·파 등 오신채를 넣지 않는 우리 전통 사찰김치와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 발효라는 본질은 지키되 현지 기호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서경덕=김치를 단순한 전통음식으로만 홍보해서는 안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김장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의 노력부터 사람들이 함께 김치를 담그고 나눠 먹는 공동체 문화까지가 한국 김치가 가진 이야기다. 여기에 지역별 원료의 특성과 발효의 가치를 결합하면 한국 김치만의 차별성을 만들 수 있다.


▶서혜영=‘오래된 전통식품’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절임에서 생기는 아삭한 식감과 발효 과정의 유산균 증식, 유기산과 영양성분 형성 등을 데이터와 쉬운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발효의 특성을 알리되 매운맛이나 포장 용량, 먹는 방법 등은 현지인의 생활방식에 맞출 수 있다.


중국산의 저가 공세와 로컬 김치의 추격 속에서 한국 김치가 프리미엄 시장을 확보하려면.


▶박기환=수출시장에서 중국산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가 경쟁 대신 안전성과 품질을 앞세워야 한다. 100%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강소기업이나 농협 김치는 프리미엄시장을 분명하게 겨냥할 필요가 있다. 현지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과 먹는 방법도 제안해야 한다.


▶서혜영=중국 등 경쟁국들이 자국 절임채소의 표준화에 나선 만큼, 한국은 코덱스(CODEX) 국제 김치 규격을 토대로 위생·안전 기준, 발효·산도 측정법, 원료 이력관리 기술을 강화하고, 수입국별 법규와 ISO 등 해외 인증의 적용 범위를 정리해 바이어가 신뢰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공장 설비, 포장, 가공 표준화 등 연구 성과를 공통 플랫폼으로 만들어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업체도 바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종주국으로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강레오=프리미엄 김치는 원물에서도 차별화해야 한다.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만 해도 지역마다 다르고 굴·갈치·조기 등 다양한 지역 농수산물이 쓰인다. 와인이 포도 품종과 산지에 따라 다른 가치를 인정받듯 김치도 배추·고추·마늘·젓갈 등의 품종과 산지, 생산자의 이야기를 상품 가치로 연결할 수 있다. 한국 농업이 가진 다양성을 김치의 프리미엄 경쟁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리=김민지·이연경 기자


출처:농민신문[https://www.nongmin.com/article/2026092850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