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수축산신문] 가락시장 시범휴업 추진 상황과 과제는
2026.06.30
조회수 : 6
323286_182625_533.png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연 305일 개장·야간근로 장기화에 유통인력 이탈 심화

노조·중도매인 “휴업 긍정적”, 산지도 수요일 휴업으로 절충

산지유통주체, 가격왜곡·폐기처리 증가·소득감소 우려

주5일제 도입, 정가·수의매매 기반 돼야

상시화된 콜드체인 시스템 필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연간 개장일은 일요일과 신년, 설 추석 등을 제외하고 305일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장 종사자들은 주 6일의 장시간 야간근로 등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있다. 가까운 일본 도쿄중앙도매시장의 경우 2019년부터 주5일제를 시행해 연간 개장일이 253일인 것과 비교된다. 특히 피로누적에 따른 도매시장 유통인력 이탈과 구인난·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일각에서는 가락시장에 주5일제를 도입하지 못하면 존폐의 기로에 몰릴 것이란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에 가락시장 개설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4차 시범휴업’의 일환으로 이달 3일에 이어 다음 달 8일에도 휴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시범휴업을 두고 가락시장 관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산지는 도의적인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지만 가격왜곡이나 폐기처리 등가 증에 따른 소득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가락시장에 완전한 주5일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가·수의매매 확대와 중도매인의 규모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유통인 “시범휴업 긍정적…완전 정착까진 시간 필요”


가락시장에서 하역작업을 맡은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이하 서경노조)은 휴업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휴업이 이상기후가 심화된 혹서기 가운데 이뤄지는 만큼 더욱 달가운 상황이다.


정해덕 서경노조 위원장은 “노조 내부에서도 주5일제를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없다”라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숙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여러 문제점이나 애로점이 정리돼야 가락시장에 주5일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 슈퍼 엘니뇨로 인한 역대급 폭염이 예상돼 노조원 사이에서는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라며 “임시휴업 이외에도 여러 근무여건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통인 단체의 의견도 긍정적이다. 주5일제를 바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여유를 갖고 연 8회 수준의 임시휴업을 적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나용원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최근 농산물 단가가 하락하다 보니 출하자 걱정이 심각한데 이는 휴업이 아니라 시기적으로 오이, 호박, 토마토 등 품목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중도매인 입장에서는 시범휴업으로 인해 농산물 재고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지지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쉬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락시장 유통인 입장은 명절과 하계 휴장이 있는 달을 제외하고 매달 1회씩 1년에 8번은 쉬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월 1회 휴업이 정착될 때까지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나 사무국장은 이번 가락시장 시범휴업에는 산지 출하자의 양보가 컸다고 부연했다. 그는 “출하자도 처음에는 농산물 품위 문제로 많은 걱정을 했다”라며 “하지만 현재는 ‘우리는 휴식이 필요할 때 쉬는데 시장 사람들도 정기적인 휴일이 있어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수요일 휴업은 가락시장과 산지 출하자가 타협한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희 중앙청과 상무는 “여름 시범휴업에 앞서 오이, 호박, 고추류, 토마토 등 주 출하처에서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며 “올해 시범휴업을 종래대로 토요일에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일에 진행하는 것도 신선도와 품위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이, 호박 같은 작물은 생육이 아주 빨라 하루에도 같은 줄기에서 두 번을 따는 경우도 있다. 그런 만큼 수확시기가 하루라도 늦으면 비상품화되고 미리 따놓으면 노랗게 변색되기 마련이다.


더불어 이 상무는 “물론 산지에서도 무조건 반발만 하진 않았다”며 “농업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토요일보다는 수요일이 좋다는 요청이 있어 수요일 휴업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적정 휴식 보장 중요하나 가격왜곡·폐기처분 우려돼


그럼에도 가락시장 시범휴업에 산지 출하자들은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충남 금산 만인산농협의 박기범 산지유통센터장은 “시장 종사자에게 적정한 휴식이 보장돼야 한다는 흐름은 중요하지만 농업인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며 “가락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발견 기능인데 저장성 떨어지는 채소류는 휴업하면 가격이 왜곡돼 반길 수 없는 것”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 센터장은 “7월에 주로 출하되는 작물은 농업계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무·배추·감자·양파·당근 같은 주력 품목이 아니다 보니 농업인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에 참여한 바 있는 충북 음성 감곡농협의 정지태 조합장(한국복숭아생산자협의회장)은 “농업인에게 이번 휴업은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저온 저장시설이나 운송체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저장성이 약한 농산물 폐기처분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강변했다.


정 조합장은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 가락시장에 인원을 더 투입할 수 있도록 돕거나 저장시설 확충·현지 경매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향후 주5일제가 도입되면 농업인 소득은 현재의 6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랭지 환경을 활용해 여름작기 무·대파·감자 등을 취급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농산물을 출하하고 있는 강원 평창 진부농협 김삼영 과장 역시 “출하자도 가락시장이 휴무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진부는 아직 본격적인 출하에 들어가지 않아 농업인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출하에 들어갔을 때 수요일 출하가 막혔다고 하면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5일제 도입, 핵심은 정가·수의매매


전문가들은 가락시장 주5일제 도입을 위해서는 중도매인이 규모화되고 정가·수의매매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가락시장에 주5일제 도입이 필요하지만 경매 위주의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당장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진단했다. 농산물을 출하하는 산지 농업인과 가락시장 중도매인 모두가 가격결정 과정에서 불안감을 갖고 있어 정가·수의매매보다는 경매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데, 경매를 위해서는 휴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프랑스와 일본은 도매상이 회사로 운영되고 정가·수의매매가 정착돼 휴일에 물건이 들어오면 담당 직원만 나와 처리한 뒤 대체휴업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라며 “반면 경매방식은 그런 일처리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경매를 통해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려면 다수의 중도매인이 한날한시에 일제히 경매장에 모여 입찰경쟁을 벌여야 하니 일부 담당자만 출근해서는 거래가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출하 주체인 농업인들이 정가·수의매매로 가격을 결정하는 데 불안감을 느끼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며 “주5일제는 천천히 도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우선 월 1회 휴업을 도입하되 휴일은 정가·수의매매가 이뤄지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율 한국농산업미래연구원장 역시 가락시장 주5일제 도입을 위한 열쇠를 쥔 것이 중도매인이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주5일제 도입을 위해서는 정가·수의매매가 기반이 돼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일본처럼 중도매인 규모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일본 도매시장은 막대한 자본과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주식회사 형태의 유통기업으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도매인이 영세해 정가·수의매매 비중이 낮고, 비중이 낮으니 주5일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 유통기업은 자국산 농산물의 80% 이상을 도매시장에서 수급하는데 이는 중도매인이 기업형태로 규모화돼 다양한 품목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벤더 역할을 수행하는 덕분”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중도매인이 자영업자 수준에 머물러 대형 유통업체가 도매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별도의 벤더를 쓴다”고 짚었다.


또 “서울시공사가 중도매인 한 명당 점포부지를 하나씩만 배정하니 규모가 커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라며 “중도매인을 모집하는 단계부터 소상공인으로 한정 짓다 보니 돌고 돌아 이런 문제가 터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저온창고 기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라재붕 한국콜드체인협회 전무이사는 가락시장 휴업이 정착될 경우 상품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수확 후 예냉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저온창고는 한 번 짓고 나면 가락시장 휴일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편익이 크다”며 “가락시장 휴업일 도입을 기회로 삼아 상시화된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농업인과 가락시장에도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 농수축산신문(https://www.af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