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변화…2070년 강원 산간외 아열대 기후로
농작물 품질 변화·아열대 병해충 유입 ‘부정적’
일부 생육 유리·겨울철 난방비 절감은 ‘긍정적’
재배적지 이동 사전연구…관련 기술개발 등 필요
지금처럼 온난화가 진행되면 2090년이면 남한에서 고랭지 배추 재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난지형 마늘 재배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는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가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상황(기후변화 시나리오·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8.5)을 가정해 우리나라 농작물의 재배지 변화를 예측한 시나리오다.
지금보다 온실가스가 낮게 배출(rcp 4.5)되더라도, 남부지역은 산악지역을 제외하고 한지형 마늘의 재배가 힘들고 난지형 마늘은 남부 전역으로 확대된다. 고랭지 배추는 재배면적이 242㏊(2010년은 7449㏊)에 불과해 ‘금배추’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구 온난화가 과거와는 다른 속도로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업분야의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작물 재배지의 변동, 식량수급 불안정, 병해충 발생 등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과거와 달리 그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농업분야의 대응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 따르면 겨울은 1990년대와 비교해 2040년대에는 9일, 2090년에는 36일 각각 짧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반해 여름은 9일과 20일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이 2011년 예측한 자료 역시 현재 제주 해안과 남해안 극히 일부지역에만 보이는 아열대기후가, 현재와 같은 온난화 추세(rcp 8.5)가 지속될 경우 2070년에는 강원 산악지역을 제외한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5월16일 무렵이었던 감귤 꽃의 개화시기도 제주의 기온상승으로 최근 10년(2004~2013년) 동안 5월14일로 2일 정도 빨라졌다. 또한 2030년대에는 5월10일, 2050년대에는 5월7일까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농업에 부정적 요소와 긍정적 요소로 확실하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 측면으로는 ▲농작물 수량과 품질 변화 ▲재배적지 변동 및 감소 ▲아열대 병해충 유입에 따른 해충 발생 양상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긍정적 측면에는 ▲일부 작물의 생육 유리 ▲겨울철 난방비 절감 ▲경제성을 갖춘 아열대작물 재배 가능성 등이 있다.
아쉬운 점은 속도가 빨라지는 온난화에 대응한 기존 작물의 재배면적 변동이나 재배적지 이동에 대한 사전연구,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아열대작물을 연구할 기반시설 구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작물 전환에 필요한 정부 차원의 강화된 지원과 아열대작물 도입에 따른 새로운 시장개발도 요구되고 있다.
제주 농업인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온난화로 인한 농작물의 생육주기 변화와 병해충 발생에 대비한 새로운 농업기술을 개발해 농업인들에게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오영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