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언어가 이상하다. “정부 농정은 10점 만점에 9점”, “양곡법 개정은 미래 세대에 죄 짓는 일”, “의원들이 자꾸 쌀값 20만원이 안될 거라 얘기하는 게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가뜩이나 쌀값 폭락으로 농심이 흉흉한데 공개석상에서 내놓는 발언마다 농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쌀값 20만원’ 약속은 필사적으로 부인·회피하고, 쌀값 폭락에 대한 대농민 사과나 위로 발언도 거부하고 있다.
개인의 신념과 별개로 위정자의 언어는 고도로 정제될 필요가 있다. 송미령 장관의 정제되지 못한 언어는 미숙이나 실수로 설명하기엔 너무나 단호하고 일관적이다. 개인적 신념이 너무 단단한 나머지 정치적 본분을 뚫고 나오는 듯한 모습이다.
그 신념이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면 매력으로 승화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아집이 된다. 국회 개의 때마다 의원들의 언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농민 봉기가 걷잡을 수 없어진 지경이라면 그 신념은 재고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정자의 확신은 현장과의 교류에서 나와야 한다. 송 장관은 수많은 농업 현장을 다닌다 자부하고, 농업인들의 손을 잡고 울컥했노라 호소한다. 하지만 그가 손을 잡은 그 수많은 농업인 속에 “보험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농민, “스마트팜은 뜬구름이다”라고 말하는 농민, 머리띠를 두르고 아스팔트로 나온 수천 수만명의 농민이 한 명이라도 포함돼 있을까.
자연스레 연상되는 사람이 또 하나 있다. 제29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라면·음료가 견인한 농식품 수출실적을 들어 농민을 격려했고 빚더미에 앉은 농민들에게 첨단농업의 비전을 강조했다. 심지어 1년 전 농업인의 날 기념사와 똑같은 레퍼토리였다. 어디 농업 뿐일까. ‘끝장회견’이라 칭한 자리에서 나온 대통령의 언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했는지는 광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촛불과 깃발의 수가 말해 주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절대 혼밥하지 않고 늘 소통하겠다’던 그의 당선인 시절 약속을 기억한다. 이쯤 되면, 매일 그 수많은 끼니를 대체 누구와 같이 먹고 있는지가 상당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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