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사과’ 로 불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 사과가 올해도 재연될 조짐이다. 전국 사과 주산지에서 사과 열과(터짐)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확을 목전에 두고 터짐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농가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과 열과 증상은 과피가 탄력을 잃은 상태에서 수분을 갑자기 흡수하게 되면 과피가 터져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고온에 가뭄이 지속되다 과실 비대기에 적절하게 비대하지 못한 상황에서 곧바로 폭우가 이어지면서 과실 내 팽압이 상승해 과피가 갈라지는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현상으로 인해 전국 사과 주산지에서 20~30%까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경남 밀양시는 전체 1,287농가, 923ha 재배면적 중 열과 피해율이 20~30%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밀양시는 정부 보상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농가들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자체적으로 농산물 생산비 보장 지원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열과 피해율이 20％ 이상인 농가를 대상으로 재배면적 1㏊당 27만6천원을 지원키로 했다.
사과 터짐 현상이 심상치 않아 예정됐던 사과 축제가 취소되기도 했다. 충남 예산군은 지난 1~2일 개최 예정했던 예산황토사과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지속된 폭염에 사과 과피가 갈라지는 열과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전체 사과 농가의 30%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축제 개최가 부담됐다” 면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열과가 농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공식 건의했다” 고 말했다.
전북 장수군도 사과 터짐 피해로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장수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재엽 농가는 “지난해 냉해 피해로 한해 농사를 망치더니 올해는 수확기에 난생 처음 보는 터짐 현상으로 한해 농사를 망쳤다” 면서 “주변 농가들도 다를 바 없이 터짐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농가들만 긴 한숨만 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과 터짐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보상 방안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열매 터짐 현상(열과)은 농업 재해에 포함되지 않아 보험 적용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피해 농가들은 사과 터짐 현상이 이상기후로 인한 것인 만큼 자연재해로 인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밀양 한 재배농가는 “과거 열과 피해는 꼭지 부분에 터지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수확을 앞두고 옆구리 부분에 터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면서 “옆구리가 터진 것은 가공용으로도 사용이 불가능해 농가들만 막대한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지경으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 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과일과채 관측 자료 따르면 11월 사과 출하량은 지난해에 비해 11.3% 증가하지만 지난달 일조량이 부족했던 탓에 착색이 지연되면서 평년보다는 1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과 품질도 일조량 감소와 여름철 고온으로 인해 부진할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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