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범처럼 인식되고 정부는 소비자물가를 잡겠다며 농산물 가격 하락을 위한 TRQ·할당관세 수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관세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저율관세 및 무관세 수입을 지속할 만큼 실제 물가가 심각한 수준인지, 소비자물가에 농축산물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농축산물 TRQ·할당관세 수입이 실제 물가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인 2022년 대비 물가가 3.6% 상승했단 의미다. 아울러 OECD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은 영국(6.8%), 호주(5.6%) 등에 비해 낮고 캐나다(3.9%)와 비슷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물가 수준은 여타 선진국 대비 낮은 편으로, 프랑스(14%)·영국(28%)·미국(34%)·호주(41%) 등의 물가가 더 높은 편이다.
또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를 통해 품목별 기여도를 산출한 결과, 2023년 물가상승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품목은 △전기료 △도시가스 △공동주택관리비 △보험서비스료 △구내식당식사비 △빵 △생선회(외식) △사과 △티셔츠 △유아동복 등으로 나타났다.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 외식 등의 비중이 높았던 와중에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친 30개 품목 중 농축산물은 사과·귤 단 2개에 불과했다.
정부가 관세를 큰 폭으로 낮추거나 없애면서 수입한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해봐야 할 문제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2022년 할당관세 품목별 물가안정효과’ 보고서를 통해 양파의 경우 할당관세 수입 이후 1개월 뒤 0.8% 가격이 떨어졌으나 3개월 뒤부터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며 할당관세 가격 인하분의 50~90%는 소비자가격에 전가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임 의원실은 기재부가 KDI에 의뢰해 할당관세 효과를 분석한 비공개 보고서(2022년 할당관세 지원실적 및 효과분석)를 예로 들어 할당관세 적용으로 소고기 수입가격이 100% 하락한 경우 약 1년에 걸쳐 소비자가격은 최대 12% 하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관세지원액의 12%만 소비자를 향하고 나머지 88%는 수입·유통업자가 가져갔다는 의미다.
아울러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산물 시장개방화와 물가, 그리고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농정포커스 보고서를 통해서도 △대외 개방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산물 소비자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 △농업부문 무역개방도가 증가하더라도 농산물 소비자물가지수가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 등이 대두됐다. 뿐만 아니라 해당 보고서는 우리나라 농업부문 개방도가 국가 전체 개방도에 비해 아주 높은 수준이며 심지어 꾸준히 상승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농정신문] “‘경제사업 이용 실적 부족’ 조합장, 농협 조합장 자격 없다” 
[한국농정신문] 우후죽순 TRQ·할당관세 수입의 ‘악’영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