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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신문] “‘농촌공간 재구조화’ 서두르다 탈 난다”… 지자체 준비 미흡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1-01 조회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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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군 139곳 기본·시행계획 수립 절차

          주민참여·홍보 없이 행정·용역사 주도

          규제 완화로 개발업자‘사업장’될 판

          축산농·주민 갈등과 축산 집적화도 논란



                                                                                                                                 농업인신문  백종수 기자  2024. 11. 1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 재구조화법) 시행에 따라 농산어촌을 품고 있는 139개 시·군이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등을 수립하는데 정책홍보나 주민참여 없이 진행되면 법제 목적과 어긋날 수 있다는 걱정이 적잖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 농촌 재구조화법 시행 직후 4월에‘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기본방침’을 통해 △농촌특화지구 지정, 정부·지자체의 농촌협약과 묶음(패키지) 지원 △농촌 마을보호지구 지정과 빈집·낡은 집 등 주거·정주 여건 개선 △시·군별 생활서비스 거점 육성 △수직농장 등 농촌형 비즈니스 창업 확대 △경관농업·농업유산·재생에너지지구 집단화 등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5월 31일 공고에서 기본계획 수립지침을, 7월 29일 공고를 통해 시행계획 수립지침을 발표했다. 10월 15일에‘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실적평가 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에 관한 고시’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실적평가기관으로 지정하는 한편 22일에는 사업위탁 수수료 요율 제정안을 내놨다.

정부의 이 같은 몰아치기에도 지자체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아 보인다. 농촌 재구조화법과 기본방침 등에 따라 전국 139개 시·군이 내년까지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괴산, 평창, 남원 등 일부 지자체가 기본조사와 계획수립 용역을 맡겼을 뿐 대부분 지자체는 시큰둥하다.

농업·농촌부문 한 민간연구원 관계자는 “농촌공간 재구조화법에 대해 알고 있는 농업인은 극소수일뿐더러 기존 농어촌정비사업을 담당했던 시·군 공무원들도 농어촌공사나 대형 컨설팅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지자체가 시행자임에도 기초역량이 부족하고 준비도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농촌공간계획 수립 대상이 전국 지자체로 확대하면서 각 지역에 맞는 특화유형 모델과 지원체계 구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견은 있었다.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농촌 공간구조에 대한 진단과 맞춤형 대안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자체로서는 이 작업마저 녹록잖은 형편이다.

지역 여건과 특성을 비롯해 농촌 재생활성화지역 지정·변경, 농촌특화지구 운용과 관리, 농촌 위해시설 현황과 이전·철거·집단화, 교통·교육·문화·복지 등 농촌 생활서비스시설 현황과 배치 등 기본계획에 들어갈 내용만 봐도 만만찮다. 지자체 역량을 집중하고 주민 의견을 모아 합의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1년에 끝낼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농촌특화지구도 쉽잖은 문제다. 농촌 마을보호지구, 농촌산업지구, 축산지구,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재생에너지지구, 경관농업지구, 농업유산지구 등 기능별로 구획을 지정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농지를 포함한 토지이용관리계획과 맞물려 있기에 주민갈등과 이해충돌 발생이 빤해 보인다.

축산지구는 농촌 재구조화 사업시행 주체인 지자체에‘뜨거운 감자’다. 축산냄새 등 지역민 민원 등을 고려해 축산 집적화, 축사 단지화를 추진하는 방안인데 원활한 시행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돈 등 축산단체들은 국무조정실 규제심사위 의견제출 등을 통해 축산시설을‘농촌 위해시설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고, 이 요구가 수용돼 농촌 재구조화법 시행규칙에 명시됐다. 축사를 새로 지을 때 주민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과 같이 축산시설을 옮기려면 축산농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주민과 축산농가의 합의 등을 통해 축사 이전과 집적화가 진행된다 해도 재정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농촌 시·군으로서는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 없이 축산지구 등 농촌특화지구를 획정하고 운영할 형편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괴산에서 열린 농식품부, 충북도, 괴산군, 증평군, 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과 대한한돈협회, 협회 충북도협의회 간담회에서도 축산 집단화, 축사 이전과 폐업, 보상체계, 재정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으면 축산지구는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계획수립 대상 시·군인 전북의 농업인단체 관계자는“정부는 주민 의견에서 시작하는 상향식 논의와 추진체계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라며 농촌 주민을 배제한 채 추진되면 결국에 예전처럼 행정기관이나 농어촌공사, 개발업자 등 ‘그들만의 잔치’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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