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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한 추석 성수품 수급안정을 이유로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경북 안동시 풍산읍 안동시농수산물도매시장 내 경매장에서 사과 경매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중도매인들이 사과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수급 안정에도 ‘역대 최고 수준’ 성수품 공급 ‘자찬’
장바구니 물가에 편향된 농업정책…농민은 내버렸나
생산자단체 “지속적인 시장 개입, 이해 어려울 정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9. 6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소비자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춘 추석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추석 명절 장바구니 물가안정을 위해 과일과 축산, 임산물 등 14개 품목의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5만3000톤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품목별 생산자단체 측에선 계속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여기엔 농산물 수급이 대체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가격 하락을 위한 공급물량 확대가 지나치다는 해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농식품부 또한 성수품 공급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주요 농산물 수급에 대한 보도자료를 거듭 배포 중인데, 대부분 공급물량을 확대한다는 농산물 품목의 수급이 원활할 것으로 파악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과 산지유통센터(APC) 등을 연일 찾아 성수품 출하 상황 점검에 매진 중인 송미령 장관 역시 “올해 사과, 배는 저온피해 등 재해의 영향이 없어 작황이 양호하고 추석 출하 물량도 증가해 추석 성수품 공급 여력이 충분하다”거나 “지난해보다 이른 추석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과일의 성숙기에 적합한 청명한 날씨가 지속되고 성수용 사과, 배가 본격 출하되는 9월부터는 가격이 더욱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가 추석 명절 전 3주간 공급물량을 확대하는 14개 품목은 농산물(배추·무·사과·배·양파·마늘·감자) 7개, 축산물(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계란) 4개, 임산물(밤·대추·잣) 3개 등이다. 14개 품목의 총 공급물량인 15만3000톤은 평시 공급량인 9만4000톤보다 약 1.6배 많다. 지난해 14만8000톤과 비교해도 많은 양이다. 농산물 중 공급량이 가장 많은 품목은 사과(1만5700톤)며, 지난해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던 점을 감안해 공급을 가장 많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배 역시 1만4300톤을 추석 전 3주 동안 공급할 예정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사과·배 품목은 농협 계약재배 및 지정출하 물량 등을 활용해 평시 대비 3.5배에 달하는 양을 도매시장에 공급할 전망이다.
이에 “올해는 작황이 양호하다”, “냉해도 없고 사실상 풍년이라고 봐야 한다”고 산지 작황을 전한 사과·배 등 주산지 농민들은 정부의 성수품 공급물량 확대에 불편함을 나타냈다. 전남 나주시에서 배를 재배하는 농민 A씨는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면 수입과일을 무차별하게 들이고, 성출하기를 앞두곤 시장 공급물량을 늘려 가격을 조정하려 든다. 자연스럽지도 않고 너무 과도하게 자주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생산량 감소와 이로 인한 저장물량 감소로 지난달 원황 배 가격은 다소 높게 책정됐지만, 9월부턴 가격이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 생산에 드는 비용은 전부 올랐는데, 전년 대비 얼마 올랐다는 식의 단순 비교로 농산물 가격을 물가 조절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부 논리는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전북 장수군의 사과 재배 농민 B씨는 “고온이 늦게까지 지속돼 착색이 지연되는 상황으로,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질 못하다 보니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긴 하다. 그래도 1만5700톤은 워낙 많은 양이고 정부가 활용하겠다는 계약재배 물량 또한 착색 불량으로 시장에 해당 물량을 풀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물량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지 않는 이상 가격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간의 수급조절이 ‘무색’
비축물량 방출 근거 어딨나
특히 수급관리를 위한 재배면적 감축 등 자발적 노력을 지속했던 양파·마늘 재배 농민들은 정부의 성수품 공급물량 확대에 적잖은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양파의 경우 600톤이 추석 전 3주 기간 동안 공급될 예정이다. 수매비축 및 출하조절 물량을 활용한다. 마늘은 사실상 지난달 초 수매 비축한 물량 1000톤이 시장에 곧바로 공급될 전망인데 이를 두고 생산자단체 측에선 강하게 반발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마늘생산자협회에선 정부의 비축물량 방출에 대한 소식이 확산되자 이미 지난달 방출 중단과 정부 규탄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관계자는 “비축물량 방출은 기본적으로 생산농가와 농협에 피해와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시장의 가격 형성에도 혼란을 야기한다”면서 “내년 3~4월 단경기 때 마늘 부족 시 과연 정부가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수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느냐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깐마늘 가격이 수급관리가이드라인의 ‘안정’ 수준에도 미치질 않는데 비축 수매한 물량을 즉시 시장에 풀어버리면 단경기 가격 급등 시 또 저율 관세로 중국산 마늘을 수입할 게 뻔하고 이런 정책은 결국 한국 마늘산업을 붕괴시키는 과정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해당 관계자는 “이번 추석 성수품 공급은 물가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마늘 가격 상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밖에 안 된다. 정부의 섣부른 시장 방출에 반대하며 신중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관계자는 “올해 양파 가격은 지난해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고 방출하지 않아도 가격이 안정적이다. 가격이 올라갈 기미조차 없는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수매 비축한 양파를 시장에 방출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정부가 방출하겠다는 양파는 가격이 오를 경우에 대비해 비축한 것이다. 물가를 조절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번 추석 성수품 공급을 두고 농식품부가 정부에 과도하게 충성하고 과도하게 정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양파협회 관계자는 현재 저장 양파 상황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올해산 양파의 하품 생산량이 평년보다 많은 편인데, 최근 하품 양파 가격이 1kg당 200원대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가격이 좋게 나와도 500원 수준에 그쳐 보관료와 재포장비만 따져도 이미 적자라는 의미다.
양파협회 관계자는 “상품 가격이 1kg당 1000원 정도인데, 상품 팔아 하품 적자 메우는 상황이다. 생산자들이 수급관리매뉴얼에도 없는 농식품부의 추석 성수품 공급 확대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라며 “이렇게 정부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떨어뜨려 놓으면 수급관리를 위한 기준가격에도 영향이 미친다. 기준가격이 낮아지면 시장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정부가 TRQ 수입에 손을 댈 확률이 높아지고, 정부의 지속적인 시장 개입은 유통·가공업자로 하여금 비축물량을 언제 풀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를 가중시켜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추석 성수품 공급은 농산물 수급관리 가이드라인과 별개로 진행된다. 시장 가격의 안정세와 상관없이 소비가 많아지는 성수품의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추석 등 명절은 소비자물가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떨어지거나 그런 품목이 아니면 되도록 풍성하게 공급하려고 노력한다. 해마다 그렇게 성수품 공급계획을 세우고 있고, 양파 등의 경우 생산이 늘어서 지금 가격이 낮은 상황이긴 하나 추석 등의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수요가 높아지다 보니 최소 물량이라도 공급을 하게 된 것이다”라며 “사과나 배 등의 성수품은 가격이 아직 높은 상황이다 보니 공급량을 많이 늘렸고, 공급물량은 시장 출하량과 유통량 등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마늘 같은 경우 현재 깐마늘 가격이 (피마늘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높게 형성돼 있고, 이번 공급량 1000톤도 그렇게 많은 양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시장 개입에 생산자들의 부담이 날로 가중되는 실정이다. 특히나 생산자들은 가공·유통업자 중심의 기존 유통구조 아래에서 정부가 비축물량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행태는 정상적인 시장 형성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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