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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온라인 농산물도매시장 11월 출범...제도·물류 인프라 점검 필요”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4-02 조회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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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유통학회 정책세미나

        직거래·소매 주도로 시장 재편
        ‘탈도매시장화’ 양상 나타날 듯
 

        오프라인 시장과 혼선 없도록
        품질 보증·배송 등 조율해야

        교섭력 약한 영농법인에 위협
        가격 하방 압력 등 우려 속
        도매시장 상권 확대 가능성도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고성진 기자  2023. 3. 31


 11월 말 온라인 농산물도매시장 출범에 따라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현행 오프라인 도매유통체계에 미칠 변화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경로 간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중장기적으로 직거래와 소매유통업체 주도로 시장이 재편되는 ‘탈도매시장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도매시장의 대응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에 앞서 오프라인 시장과 혼선을 빚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3월 23일 가락시장 내 찾아가는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식품유통학회 정책세미나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온라인 도매시장, ‘탈도매시장화’ 등 변화 예고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은 기존 도매유통체계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 도매시장을 통한 거래 비중 감소, 산지와 유통업체, 대량수요처 간 ‘계약재배’ 등 계약 기반 거래가 촉진되면서 이에 따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농산물 유통경로 구조 변화를 보면, 개별 농가들의 생산 비중이 줄면서 도매시장과 거래하는 비중이 줄어든 반면 농협 계통출하와 산지유통인 출하 비중이 높아져 이들이 대형유통업체(대량수요처)와 직접(계약) 거래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계약 기반 거래가 확대되면 이 물량은 도매시장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온라인 시장 팽창은 대량수요처와 대량유통업체들이 산지와의 직접 거래를 이끌게 돼 이른바 ‘탈도매시장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김병률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변화는 교섭력이 약한 영농조합법인 등은 물론 도매시장에 도전과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전체 구조에서 보면 결국 농산물 가격이 하방 압력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고, 농가 소득 비율이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산지(APC)는 △소포장·상품화 전문 △벌크 출하체계 운영 △도매시장 출하 전문화 등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며 “도매시장법인도 도매와 도매, 도매와 소매, 도매와 산지 간 연계를 강화하는 수직적·수평적 결합이 필요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을 트윈화(Twin)해 거래시장 다원화를 주도하고, 도매시장만이 가진 경매제도를 얼마나 특화해 고도화해 나갈지도 고민해야 한다. 중간 유통인인 중도매인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온라인 거래 중심으로 도매시장 상권의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이에 따른 물류(배송) 체계의 변화도 예상된다. 

후지시마 히로지 일본 도쿄세이에이대학 교수는 “일본 오사카 중앙시장의 경우 1965년 트럭시장이 보급된 시기부터 1995년까지 상권이 크게 확대됐는데, 1995년부터 2020년 사이에서는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면서 오사카에서 전국으로 상권이 확대되는 등 광역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사카 츠루미화훼도매시장이 온라인 판매로 전면 전환한 사례를 통해 “온라인을 통한 화훼 거래가 늘면서 물류 배송시스템이 많이 발달했다. 온라인 거래가 발전하면서 물류 효율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물류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매시장 내 물류 효율화에 대해서도 “일본은 온라인을 통한 주문형 거래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개설자의 협조 아래 우측으로 반입해 좌측으로 반출하는 시설을 만든다거나, 소분 포장 공간만 만들어 주는 형태로 바뀌어 이제는 중도매인이 시설 안에 물건을 쌓아놓는 개념은 없어지고 있다”고 했다. 


  # 제도·인프라 점검 필요 목소리

이번 세미나에서는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에 앞서 제도를 비롯해 물류 인프라 정비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전무는 종합토론에서 “수탁 거부금지 원칙이나 판매 수수료를 제한하는 등의 대원칙은 가락시장과 같은 거점도매시장에는 국가적 공공기능을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계속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그 외 도매시장에서는 운영에 관한 큰 폭의 규제 완화가 있어야만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는 업무 제휴라든가, 계열화, 광역 유통 등을 효과적으로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농업연구관은 “일본의 경험을 보면 상권 확대 측면에서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오프라인 시장의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다만 일본 화훼의 경우 품질 보증은 도매시장법인이 하고 있다.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시킬 때 판매자와 구매자 간 품질 보증체계를 확립하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새로운 신상품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런 측면에서도 품질 보증 문제는 중요할 것”이라고 봤다.

또 “온라인 도매시장이 출범하면 중도매인 간 거래가 가능해지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 거래를 차단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기존 오프라인 거래 질서를 흩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차단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지시마 교수는 “배송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가락시장에 물건이 모여서 전국 단위로 배송할 것인지, 아니면 거점 시장을 두고 거기서 이동할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또 온라인 유통에서 물류 배송 시 거래 단위가 큰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거래 단위가 작을 경우 물류 코스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최만열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은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이후 외부 유통업체들이 분산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중도매인들이 위기감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구매전용 카드 등 중도매인 영업이 안정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고, 소비지 대응을 위해 소포장화와 선별 시설 구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중토론에서 가락시장 홍성호 동화청과(주) 대표는 “내부 자료를 분석해보니 연간 출하자 4000명 중 누적거래금액의 80.8%가 400위 안에 들었다”며 “도매시장 혁신에 대한 얘기도 좋지만, 온라인 도매시장 개설을 통해 나머지 3600명의 출하자가 혜택을 보는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도매시장으로 경쟁제한을 완화하고, 물류나 유통 효율성은 높이며, 비용을 낮추는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유통 선진화 대책 중 하나”라며 “오프라인 도매시장을 최대한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기존의 경쟁제한이나 효율성 부족 문제 등을 뛰어넘으려는 것으로, 앞으로 세부적인 부분들은 합리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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