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식량원조 사업에 태국·베트남 등에서 들여온 의무수입쌀(TRQ 물량)을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우리나라가 8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에티오피아에 지원한 쌀 포대에 원산지가 태국(Thailand)으로 표기돼 있다.
정치권·농업계 활용 요구
정부는 신중한 반응 보여
국내 쌀 과잉기조 고착화
전문가도 “ODA 활용을”
농민신문 홍경진 기자 2022. 10. 5
정부가 국내 도입한 의무수입쌀(TRQ 물량)을 해외원조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는 쌀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정치권과 농업계가 수입쌀 공적개발원조(ODA) 활용을 주장하는 가운데 드러난 사실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그동안 정부는 수입쌀 원조 활용 요구에 대해 수출국 이의제기 등을 이유로 신중한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올해 ODA 사업에 수입쌀이 최초 사용됐고 그 비율은 9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1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국이 의무수입하는 쌀을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로 보내면 국내시장에 적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사실을 배경에 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농업계는 연간 40만8700t에 달하는 TRQ의 일정 물량을 해외원조로 돌리면 국내 쌀 수급이 한결 안정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우리나라는 2018년 식량원조협약에 가입한 이래 국제기구를 통해 매년 5만t의 국산 쌀을 저개발국 등에 현물 지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5만t에 상당하는 분담금을 세계식량계획(WFP)으로 보내면 WFP가 정부관리양곡을 구입해 대상국으로 운송·배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지원물량 5만t 가운데 4만5000t을 수입쌀로 채워 예멘·에티오피아·케냐·우간다로 보냈다. 국산 쌀 지원 기조가 깨진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 민간연구소 등을 통해 TRQ를 활용한 식량원조 타당성을 검토했다. 관련 연구보고서는 TRQ 물량을 실제 수입해 소진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이를 식량원조에 활용해도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농식품부는 “2022년 식량원조 계획을 검토했던 시점에 원조용으로 활용 가능한 2019∼2020년산 국산 정부양곡 재고가 5만t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수입쌀을 병행 지원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쌀 과잉 기조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매년 40만t 이상 들여오는 수입쌀이 수급에 부담을 더해 우려하고 있다.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은 국영무역으로 의무수입한 쌀을 가공·사료용은 물론 해외원조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도 국내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밥쌀용 수입쌀 일부는 해외원조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요구에 맞춰 식량원조 규모를 확대하되 수입쌀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명환 GS&J 인스티튜트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ODA 사업을 확대하면서 TRQ 물량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국내 수급관리와 소비자 만족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쌀값정상화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신 의원은 “정부가 쌀 수출국들과 재협상에 나서 TRQ 물량을 ODA로 크게 전환하는 등 국산 쌀시장과 격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10월부터 전기·가스요금 ‘껑충’ 
[농수축산신문] [Issue+] [2022 국정감사] 농림축산식품부 - 농업부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