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만6000t 2차격리에도 산지 쌀값 하락세 멈추지 않아
농협 낙찰물량 적어 발등에 불
“8월말 올해산 햅쌀 나와...격리 서둘러야”
농민신문 김소영 기자 2022. 5. 20
정부가 계획한 2021년산 쌀 27만t에 대한 시장격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산지 쌀값 하락세가 여전하면서 15만t 이상의 추가 격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양곡관리법에 따른 쌀 수급안정대책을 찔끔찔끔 나눠 추진하는 바람에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6일 농협 인터넷조곡경매시스템을 통해 입찰한 2021년산 12만6000t이 전량 낙찰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1년산 쌀 초과생산량(공급량에서 수요량을 뺀 물량)을 27만t으로 보고 이를 전량 격리하기로 했다. 올 2월 14만4000t을 1차로 사들인 데 이어 이번에 나머지 물량인 12만6000t을 추가로 매입했다.
2차 격리에서 낙찰받은 주체는 모두 785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농가가 721곳으로 92%를 차지했다. 농협은 61곳,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은 3곳에 그쳤다. 물량으로도 농가가 70%, 농협은 30% 이하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평균 낙찰가격은 벼 40㎏들이 한포대당 6만643원으로 확인됐다. 낙찰 주체에 농가가 대거 포함된 것은 농민 물량을 우선 매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소 100t에서 최대 3000t’이던 입찰 한도를 ‘최소 20t에서 최대 1000t’으로 낮췄다.
정부 예가(예정가격) 밑으로 응찰했지만 낙찰받지 못했다는 산지가 많은 것도 이번 격리 특징이다. 산지에 따르면 정부 예가는 6만3000원선으로 알려졌다. 충남 A지역농협 관계자는 “이를 예상해 지역 내 농가들이 6만2000원대를 자신 있게 써냈지만 모두 유찰됐다”고 아쉬워했다.
평균 낙찰가격이 6만원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는 것은 5만원대로 응찰한 농가·농협이 적지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5월 기준 산지 벼값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40㎏당 5만3000원에서 오르내린다. 수확기 농협 매입가격(6만7000원선)에 견줘 1만4000원이나 낮은 수준이다. 다급해진 농민들이 예상 예가보다도 한참 낮은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벼를 내놨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농가 낙찰 물량이 워낙 많다보니 잡음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산지 관계자는 “도정공장 등에 이미 출하한 벼가 농가 물량으로 둔갑해 응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가 농협, 민간 RPC를 통해 참여할 경우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 등 농가 물량임을 입증할 서류를 구비하게 했고, 매입대금이 입금되는 계좌번호를 낙찰농가 명의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농협은 발등에 불이 또 한번 떨어졌다. 기대를 걸었던 2차 시장격리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데다 쌀 판매 또한 예상보다 저조하기 때문이다. 농협은 2차 격리에서 19만4000t을 응찰했지만 낙찰 물량은 3만t에 불과했다.
산지 쌀값도 반등 기미가 전혀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일자 산지 쌀값은 20㎏ 기준 4만6538원(80㎏ 기준 18만6152원)으로 조사됐다. 전순기와 견줘 0.9%(405원) 하락했다. 3월25일자 이후 매 순기(열흘 간격) 1% 안팎 하락률을 고수하고 있다. 김종래 충남 예산 삽교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계획 물량을 나눠 찔끔찔끔 격리한 데다 방식마저 최저가 공개경쟁입찰 형태이다보니 쌀값도 농심도 다 붙잡지 못했다”며 “이른 추석으로 8월말이면 올해산 햅쌀이 나올 텐데 정부는 하루속히 15만t 이상을 추가 격리해 ‘쌀값 하락폭 완화→농협 경영 악화 최소화→벼 매입가격 지지 →농가소득 안정화’ 고리를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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