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후약방문을 피하는 두가지 방법
농민신문 시론=김종인 인천대 동북아통상학부 교수 2025. 7. 14
새 정부 들어 다시 쌀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6월말 당정 간담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에 대한 개정 방향을 논의해 조속한 추진에 합의했다고 한다. 당정은 과잉 물량 매입과 가격하락 보전 등의 사후 안정장치 마련과 함께 전략작물 전환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원 방향을 설정해 사전적 수급조절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쌀 과잉 물량 매입을 의무화할 것인지, 정부에 매입 여부에 대한 일정 정도의 재량권을 줄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컸던 만큼 사후 쌀 수급 안정장치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마련될지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쌀 수급안정을 위해서 사후적 정책 수단을 정교화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상시 대비 수단이므로 그 한계가 명확하다. 쌀 수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당과 정부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사전적 수급조절 수단이 몇배는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과잉이 이미 발생한 이후에 사후적으로 쌀 수급을 안정시키는 방안은 매우 많은 재정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과잉 물량을 유용하게 활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사전적 수급조절 정책은 과잉 물량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축한 면적을 사회적으로 더욱 유의미한 작물 재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사전적 수급조절 정책을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을까? 물론 여러번 시도했다. 정부는 쌀 과잉의 개선을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네번에 걸쳐 벼 재배를 줄이고, 다른 주요 식량작물 재배를 지원하는 방식의 사전 수급조절 정책을 시행해왔다. 2003년 도입된 생산조정제를 시작으로 논소득기반다양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거쳐 2023년 이후 시행하고 있는 전략작물직불제가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사전적 수급조절 정책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까지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지 못한 걸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 시장 수요 한계 등이 대표적 문제로 지적된다. 전략작물직불제를 제외한 과거의 정책들이 모두 3년을 넘기지 못하는 시한부 정책이었다보니 정부를 믿고 작물 전환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쌀농가들은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고, 이는 정책 신뢰 부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콩의 사례와 같이 초기에는 정부가 수매 등으로 전환 작물을 대규모로 매입하지만 시장 수요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결국 정부 매입 물량도 활용처를 찾지 못해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실패의 원인이 이렇다면 정부는 이 두가지 문제 해결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첫째,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돼야 한다. 벼 대신 다른 식량작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는 2023년부터 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정규모의 예산이 수반된 지원이 지속돼야 농민들 또한 사전적 작물 전환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어떠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전환된 작물의 시장 수요가 점차 확대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효율적인 마케팅도 필요할 것이고, 소비자의 선호가 잘 반영되는 형태의 작물 생산체계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쓸어 담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새 정부의 식량정책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으려면 과거의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 첫 단추가 잘 끼워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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